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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방울뱀, 경고음 실제보다 가깝게 들리도록 속임수 쓴다

등록 2021-08-20 14:59수정 2021-08-20 15:39

[애니멀피플]
접근하면 주파수 올려 귀 혼란…가까이 있다는 착각 불러
북미에 널리 분포하는 방울뱀(크로탈루스 아트록스)은 침입자에게 꼬리 끝 마디를 부닥쳐 경고음을 낸다. 그러나 그 소리는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정교한 신호로 밝혀졌다. 토비아스 콜 제공
북미에 널리 분포하는 방울뱀(크로탈루스 아트록스)은 침입자에게 꼬리 끝 마디를 부닥쳐 경고음을 낸다. 그러나 그 소리는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정교한 신호로 밝혀졌다. 토비아스 콜 제공

방울뱀은 자신을 위협하는 상대가 접근하면 꼬리 끝에 달린 케라틴 마디를 마찰해 특유의 경고음을 낸다. 그러나 이 소리가 ‘더 접근하면 문다’는 단순한 경고 이상의 효과를 내는 신호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보리스 차그노 오스트리아 그라스대 교수 등은 20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방울뱀이 꼬리를 흔들어 내는 경고음의 주파수를 바꾸어 침입자가 거리를 오판하도록 유도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미국 서부와 멕시코에 분포하는 방울뱀을 이용해 다양한 실험을 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마네킹을 이용한 실험에서 방울뱀은 상대가 접근하자 꼬리를 세워 ‘츠-츠-츠’하는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 방울뱀은 길이 1.2m로 맹독을 지녀 많은 뱀 물림 사고를 일으켜 악명이 높다. 홀거 크리스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방울뱀은 길이 1.2m로 맹독을 지녀 많은 뱀 물림 사고를 일으켜 악명이 높다. 홀거 크리스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마네킹이 계속 접근하자 소리의 주파수가 40㎐에 이르렀는데 여기서 더 다가오자 갑자기 경고음이 높아져 주파수가 60∼100㎐로 치솟았다.

연구자들은 이런 경고음의 변화가 사람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가상현실을 이용해 알아보았다. 풀밭을 걸어 뱀이 숨어있는 곳으로 접근할 때 뱀의 경고음이 어떻게 들리는지 실험했다.

방울뱀이 꼬리의 진동을 빨리해 주파수를 높였을 때 사람들은 경고음을 전혀 다른 연속적이고 더 큰 소리로 느꼈다. 무엇보다 이 소리를 들은 실험 참가자들은 실제 뱀과의 거리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뱀이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실제 상황이라면 무심코 방울뱀 곁을 지나다 갑자기 방울뱀 경고음이 크게 들려 화들짝 놀라지만 실제로는 더 먼 곳에 뱀이 있다는 얘기다. 차그노 교수는 “방울뱀은 갑자기 고주파로 소리를 전환함으로써 침입자가 실제 뱀까지의 거리를 오판하게 해 그만큼 안전거리를 더 확보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방울뱀이 정교한 경고음을 진화시킨 배경에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점점 커지는 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포유류의 편향이 자리 잡고 있다. 토비아스 콜 제공
방울뱀이 정교한 경고음을 진화시킨 배경에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점점 커지는 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포유류의 편향이 자리 잡고 있다. 토비아스 콜 제공

방울뱀은 포유류의 청각이 진화하는 데 적응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런 정교한 설계를 이루었을 것이다. 연구 자들은 “사람의 청각체계도 포식자의 위협에 대응해 멀어져 작아지는 소리보다 다가오면서 커지는 소리에 더 민감하다”며 “방울뱀의 경고음은 포유류의 이런 편향을 소리를 과장함으로써 역이용하는 셈”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방울뱀의 이런 진화는 수백만년 전에 일어났기 때문에 사람 때문에 생긴 일은 아니다. 오히려 뱀의 천적인 멧돼지나 뱀잡이새 또는 들소의 발굽을 피하기 위한 대응이었을 것이다.

차그노 교수는 “뱀은 단지 내가 여기 있다고 알리는 게 아니라 훨씬 혁신적인 해법을 진화시켰다. 차를 후진으로 주차할 때 장애물에 접근할수록 경고음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방울뱀의 꼬리 경고음은 우리가 동물 종 사이의 소통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알려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방울뱀의 꼬리 경고음은 우리가 동물 종 사이의 소통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알려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는 우리가 동물들 사이의 소통에 대해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려준다. 차그노 교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방울뱀의 경고음은 그저 단순한 경고 신호로만 알았지만 실은 훨씬 정교한 종간 소통 신호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쇠살무사와 까치살무사도 위협받으면 꼬리를 흔들어 소리를 내지만 방울뱀과 소리 내는 방식은 다르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1.07.0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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