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생활을 하는 글로브 맬로 꿀벌 2마리가 아욱과 식물인 글로브 맬로 꽃송이 안에서 잠자리를 차렸다. 조 닐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꿀벌 하면 수많은 일벌이 벌통에서 붕붕거리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세계에 분포하는 꿀벌 1만6000여 종 가운데 90% 이상은 외톨이 꿀벌이다. 이들은 일꾼도 여왕도 없고 큰 벌통을 채우려 닥치는 대로 꽃을 찾아다니지 않고 주로 특정 식물만 들른다.
북·중미의 건조지역에 서식하는 글로브 맬로 꿀벌도 그런 외톨이다. 아욱과의 글로브 맬로란 식물이 주 먹이원으로 뒷다리의 북슬 한 털로 꽃가루를 모은다.
뒷다리와 몸에 난 긴 털로 꽃가루를 모으는 글로브 맬로 꿀벌. 제시 이스트랜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미국의 자연 사진가 조 닐리는 미국 서부 애리조나주 들판을 걷다 이 꿀벌이 꽃을 단지 식량창고로 여기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꿀벌은 밤을 지낼 포근한 잠자리로 꽃송이 안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다. 꿀벌 한 마리가 꽃 안에 자리 잡자 다른 한 마리도 뒤따랐다. 둘은 사이좋게 꽃 침대 안에 잠자리를 폈다.
닐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에 “다른 꽃 침대들도 꿀벌 숙박객이 차 있었지만 이 둘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은 못 봤다”며 “평생 찍은 사진 중에 가장 특별한 사진”이라고 적었다.
"평생 찍은 사진 중 가장 특별한 사진." 글로브 맬로 꽃 속에 잠자리를 잡은 꿀벌 수컷 2마리. 조 닐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아마도 이들은 모두 수컷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꿀벌 암컷은 새끼를 기르기 위해 땅속에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이 꿀벌의 땅속 둥지도 과학자들의 관심거리다. 왜냐하면 꽃에서 모은 꽃가루와 꽃물을 버무려 경단을 만들어 새끼에게 먹이는 둥지에 작은 탑 모양의 ‘굴뚝’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구조물의 용도는 수수께끼이다.
글로브 맬로 꿀벌 암컷이 땅속에 둥지를 틀고 밖에 설치한 작은 탑 모양의 ‘굴뚝’. 정확한 용도는 모른다. 빈스 테피디노, 미국 농무부 제공.
미국 농무부의 글로브 맬로 꿀벌 설명자료를 보면 이 굴뚝은 둥지에서 빗물이나 흙을 배출하거나 밖에서 자기 집을 알아보기 위한 표지(여러 개의 둥지가 한 곳에 몰려 있다) 또는 적을 쫓기 위한 장치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것은 모른다.
글로브 맬로 꿀벌은 크기 7∼9㎜로 아욱과 식물뿐 아니라 해바라기, 선인장 등 이 지역 식물의 가루받이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농무부 자료는 밝혔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