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을 가로막던 빙하가 사라지면 연어가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를 수 있는 새로운 서식지가 형성된다. 그러나 연어를 둘러싼 전체 환경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프레쉬워터스 일러스트레이티드 제공.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급속히 진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산악빙하의 감소가 새로운 연어 서식지를 대규모로 만들어 낼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카라 피트먼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 박사후연구원 등 국제연구진은 8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논문에서 “기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모델링 한 결과 2100년까지 북미 태평양 산악지대에 미시시피 강 길이에 맞먹는 새로운 연어 서식지가 생겨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를 상정한 기후 시나리오(RCP 4.5)를 적용했을 때 빙하가 녹아 새로 생겨날 하천 가운데 연어가 거슬러 올라 산란하고 새끼가 자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다.
태평양 연어 서식지(분홍)와 빙하 소멸과 함께 새로 형성될 서식지(파랑). 오른쪽은 네모 부분을 확대한 것. 500m 범위에 걸쳐 경사도가 10% 이내인 곳(파랑과 검정) 새로운 서식지이다. 붉은 부분은 서식이 불가능한 지역. 카라 피트먼 외 (2021)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제공.
그 결과 바다로 이어지며 경사도가 10% 이내여서 연어가 거슬러 오를 수 있는 새 하천은 315개로 그 길이는 6150㎞에 이를 것으로 계산했다. 이는 미시시피 강(6275㎞)에 버금가는 규모이다. 피트먼 박사는 “새 연어 서식지가 가장 많이 출현하는 곳은 알래스카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경계 지역으로 이 지역에는 산악에서 해안까지 다량의 빙하가 남아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북미 태평양 연안에는 4만6000개의 산악빙하가 남한 면적에 조금 못 미치는 8만㎢에 걸쳐 분포한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최근 급속히 감소해 캐나다 빙하는 2006∼2016년 사이 빙하의 얼음 양이 연평균 1%씩 줄어 2100년이면 80%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됐다.
녹아 후퇴하는 알래스카 엑시트 빙하 모습. 알렉산더 밀너 제공.
연구자들은 새로 형성될 하천 가운데 1930㎞는 경사도가 2% 이내여서 연어가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자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해마다 수천만∼수억 마리의 연어가 새롭게 태어나 바다로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산란기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회귀하는데 새롭게 형성된 하천에는 어떻게 연어가 찾아올까. 피트먼 박사는 “모든 연어가 자신의 고향 하천으로 돌아온다는 건 흔한 오해”라며 “대부분은 그렇지만 일부 개체는 길을 벗어나 새로운 하천으로 향하며 여건이 좋으면 그곳 집단은 급속하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래스카의 스톤플라이 크리크에서는 1970년대 빙하가 후퇴하면서 새로운 연어 산란지가 됐는데 10년도 안 돼 5000마리가 넘는 연어가 산란하게 됐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빙하가 녹은 뒤 하천의 유로가 안정되고 퇴적물이 가라앉으면 연어가 서식할 하천이 된다. 조너선 무어 제공.
물론 빙하 감소가 연어에게 좋은 일만은 아니다. 피트먼 박사는 “새로운 서식지가 일부 연어 집단에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기후변화와 인간의 영향은 연어의 생존을 계속해서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빙하가 걷힌 곳에서 광산개발이 허가되고 있으며 연중 찬물을 공급하던 빙하가 사라지면 여름철 하천 유량 감소와 연어 서식지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조너선 무어 사이먼 프레이저 대 교수는 “기후변화는 생태계를 급속히 바꾸어 놓고 있다”며 “이 연구는 미래의 연어를 선제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 연어는 원주민의 생존 수단일 뿐 아니라 해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상업적 어획과 여가 낚시 대상이다.
인용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1-26897-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