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평소 얌전하다 전갈 만나면 ‘전사 모드’로 돌변…독침에 찔리지 않으려는 행동
서부줄무늬도마뱀붙이는 길이 10∼15㎝로 사막에서 밤중에 곤충과 거미를 잡아먹는 소형 파충류이지만 사구전갈을 잡아먹기도 한다. 코너 롱,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미국 남서부 사막에 사는 서부줄무늬도마뱀붙이는 밤중에 나와 작은 곤충과 거미를 주로 잡아먹는 조심성 많은 소형 파충류이다. 그러나 맹독 독침으로 무장한 전갈을 만나면 전사로 돌변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말라치 휘트포드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 박사과정생(현 클로비스대 교수) 등은 이 도마뱀붙이의 전갈 사냥 행동을 초고속 비디오로 촬영한 분석한 결과를 ‘린네 학회 생물학 저널’ 최근호에 보고했다.
도마뱀붙이가 전갈을 만나면 덥석 물자마자 좌우로 빠르고 격렬하게 흔들면서 전갈을 물체와 바닥에 후려치는 행동을 수 초 동안 되풀이했다. 휘트포드는 “도마뱀붙이에게 귀뚜라미와 애벌레 등 여러 가지 먹이를 주어 반응을 비교했는데 사구전갈에 대한 대응이 극적으로 달랐다”며 “세상에서 가장 얌전할 것 같던 동물이 전갈을 보자마자 전사 모드로 바뀐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북서부 사막에 서식하는 서부줄무늬도마뱀붙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도마뱀붙이의 물어 휘두르기 행동이 “전갈을 기절시키거나 침 달린 꼬리가 떨어져 나가 해를 끼치지 않는 상태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또 “이런 행동이 위험한 먹이를 사냥하는 다른 도마뱀붙이에도 널리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이 도마뱀붙이가 사구전갈의 독에 면역력이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종종 쏘여도 크게 고통스러워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서부줄무늬도마뱀붙이가 사냥하는 사구전갈. 길이가 7㎝ 무게 2g으로 야행성이다. 크리스 브라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도마뱀붙이(학술명은 도마뱀부치)는 도마뱀이나 장지뱀과는 과가 다른 파충류로 우리나라에도 부산과 경남 지역에 한 종이 분포한다. 벽이나 천장을 잘 타며 야간에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곤충을 주로 잡아먹는다.
인용 논문: Bi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DOI: 10.1093/biolinnean/blab16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