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가 60㎝에 이르는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는 장거리 이동 지식을 아빠가 자식에게 전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드미트리 미하이레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올해 태어난 어린 새가 어떻게 바다 건너 수천㎞ 떨어진 월동지까지 이동하는지는 오랜 수수께끼였다. 첫 장거리 여행에 나선 어린 새가 어디로 방향을 잡아 어떤 속도로 날아갈지, 중간에 어디서 쉬면서 배를 채우고 포식자는 어떻게 피하는지를 아빠 새로부터 배운다는 사실이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연구로 밝혀졌다.
파트릭 비홀름 핀란드 노비아 응용과학대 박사 등은 북유럽에서 번식하고 지중해와 사하라 사막을 건너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나는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 31마리에 무선추적장치를 달아 이동 경로를 5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 이 새는 작은 무리 또는 홀로 이동하는데 무리의 모든 개체에 추적장치를 달아 이동 개체 사이의 관계를 알아봤다.
수컷이 육아를 도맡는 새가 적지 않다.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가 그런 예로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지키고 이동을 이끈다. 페트리 히르바 제공.
비홀름 박사는 연구 동기를 “함께 이동하는 새들 사이에서 이동 기법이 세대를 통해 어떻게 전수되는지 알고 싶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처음 먼 길을 떠나는 어린 새에게 경험 많은 아빠 새의 인도는 생존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
아빠 새와 함께 이동한 어린 새 9마리는 모두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 아빠 새 7마리가 새끼 7마리를 각각 데리고 이동했는데 한 아빠 새는 양부였다. 또 한 아빠 새는 2마리의 새끼를 데리고 갔다. 엄마 새가 새끼를 데리고 이동한 사례는 하나에 그쳤다. 어미와 함께 여행에 나섰지만 중간에 헤어진 새끼는 모두 매 등 포식자에 잡아먹혔다.
▶위성추적장치로 본 아빠 새와 어린 새의 비행경로 영상
아빠 새를 따라나선 어린 새는 여행 동안 줄곧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갔다. 중간에 먹이를 먹고 쉬기 위해 머무는 기착지도 함께 이용했다. 월동지에 도착한 뒤 새끼는 차츰 아빠 새와 거리를 벌리다가 2달쯤 뒤에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행동했다. 연구자들은 “어린 새가 차츰 생존기술이 늘고 경험 많은 다른 새들을 만나면서 부모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첫 여행을 마치고 번식지로 돌아올 때 젊은 새는 앞서 배웠던 경로와 중간 기착지를 되짚는다는 점이다. 공동 저자인 수산 오케손 교수는 “이는 제비갈매기가 이동 지식을 문화를 통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대물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어린 새는 아빠와 함께 첫 이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변형된)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는 열대부터 북극까지 지구 전역에 분포한다. 그 비결의 하나가 세대 간 이동 지식 전달이다. 픽사베이 제공.
흔히 새의 수컷은 짝짓기를 마치면 암컷에게 모든 양육 부담을 떠넘기고 떠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철새에 제비갈매기 같은 부성애가 얼마나 흔한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암컷이 자식을 방기하고 수컷은 돌봄을 떠맡는 예가 새들 가운데 꽤 많다”고 논문에 적었다.
연구자들은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의 서식지가 북극에서 열대까지 전 세계에 걸쳐 분포하는 비결의 하나가 이처럼 이동 지식을 세대 간에 신속하게 전파하는 방식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의 기후변화와 서식지 감소는 이 새의 생존에 대한 큰 도전이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미래는 (이런 도전에 맞서) 성공적인 이동 경로와 중간 기착지에 관한 지식을 다음 세대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2-29300-w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