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오리와 비버, 수달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의 오리너구리. 게티이미지뱅크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애니멀피플의 주간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댕기자(견종 비글·6살)가 36년차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선임기자에게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해 ‘깨알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홍섭스 애피랩’ 전문은 애피레터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https://bit.ly/3kj776R
Q 댕기자가 묻습니다
선배님, 저 다큐멘터리에서 굉장히 신비한 동물을 보았어요. 주둥이는 오리 같은데 몸통은 너구리 같고 물 속에선 수영도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름이 '오리너구리'인걸까요? 더 놀라웠던 점은 이 친구가 알에서 태어난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봐도 새끼로 날 것 같은 외모인데?! 도대체 왜 어떤 동물은 알로 나고, 어떤 동물은 새끼로 낳는 건가요?
A 조기자가 답합니다
먼저 오리너구리 얘기부터. 이 녀석은 너구리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아주 오랜 계통의 동물이야. 1798년 호주에서 처음 이 동물 표본을 영국에 보내 왔을 때 과학자들이 보인 반응은
“짜깁기한 가짜로군!”이었대.
오리 주둥이에 비버 꼬리, 수달의 물갈퀴가 달렸으니 그럴 만도 했지. 게다가 새처럼 알을 낳아. 땅속 둥지에 지름 1.1㎝인 작은 알을 보통 2개 낳는데 10일 품으면 새끼가 태어나. 닭은 깨어나기까지 21일 걸리는데 어떻게 이렇게 일찍? 좋은 질문이야.
오리너구리는 알을 낳기 전에 이미 28일 동안이나 자궁에서 키워. 알을 낳느냐 새끼를 낳느냐의 중요한 차이는 뱃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간직하느냐인데 오리너구리는 난생이긴 해도 태생처럼 자궁에서 태아를 오래 길러. 난생과 태생의 중간인 셈이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 들어봤지? 그걸 진화론적 버전으로 바꿔볼까? 아마 ‘태생이 먼저냐 난생이 먼저냐’ 정도 될 거야. 그 답이 알(난생)이란 건 알고 있겠지? 눈만 껌뻑이지 말고, 새보다 수억 년 전에 물고기와 파충류가 알을 낳았단 사실을 떠올려봐. 태생은 난생보다 나중에 출현했어. 알을 낳는다는 건 세상을 자궁으로 본다는 거야. 물고기나 개구리가 알을 잔뜩 낳으면 수컷이 수정시킨 뒤 새끼가 자라든 남의 먹이가 되든 슬퍼하지도 상관하지도 않잖아. 이처럼 난생의 가장 큰 이점은 새끼를 뱃속에 담고 다니지 않으니 한꺼번에 많은 새끼를 얻을 수 있다는 거야.
난생이 가장 오랜 번식법이 된 배경이지. 그런데 왜 태생이 생겨났느냐고? 난생의 단점이자 태생의 장점을 동물들이 알아챘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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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김지숙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