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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돌고래가 숭어떼를 어부에게 몰아줬다…협동사냥의 비밀

등록 2023-01-31 11:37수정 2023-02-01 09:39

[애니멀피플]
140년 전통 브라질 숭어 협동사냥
어민은 돌고래 잠수 모습과 진동 단서
돌고래는 투망으로 혼란 빠진 숭어떼 사냥
남획으로 숭어떼 감소…협동사냥 사라질라
어민들은 140여년 전부터 큰돌고래 무리가 투망이 닿을 거리까지 숭어떼를 몰아오기를 기다렸다 돌고래의 마지막 잠수 동작을 보고 그물을 던지는 방법을 배우고 전수해 왔다. 비앙카 호메우 제공.
어민들은 140여년 전부터 큰돌고래 무리가 투망이 닿을 거리까지 숭어떼를 몰아오기를 기다렸다 돌고래의 마지막 잠수 동작을 보고 그물을 던지는 방법을 배우고 전수해 왔다. 비앙카 호메우 제공.

우리나라에서도 봄이 되면 바다에서 강으로 향하는 숭어떼를 투망으로 잡곤 한다. 그러나 물이 탁해 숭어떼가 보이지 않는 브라질 남동부 해안에서 어민들은 돌고래의 도움을 받아 물고기를 잡는다.

돌고래 무리가 숭어떼를 어민들이 투망을 들고 대기하는 해안으로 몰아온 뒤 ‘신호’를 보내면 투망이 일제히 펼쳐진다. 돌고래는 혼비백산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마우리시오 칸토르 미국 오레곤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31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두 최상위 포식자인 사람과 돌고래가 협동사냥을 통해 서로 득을 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돌고래와 어민의 협동사냥 사례는 미얀마, 인도, 모리타니 등에서도 알려졌지만 브라질 남동부 라구나의 것이 가장 유명하다.

브라질 남동부 라구나의 어민이 숭어떼를 향해 투망을 던지고 있다. 육상과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가 벌이는 드문 협동사냥의 현장이다. 파비오 다우라-호르헤 제공.
브라질 남동부 라구나의 어민이 숭어떼를 향해 투망을 던지고 있다. 육상과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가 벌이는 드문 협동사냥의 현장이다. 파비오 다우라-호르헤 제공.

이 지역 어민들은 140여년 전부터 좁은 해협으로 회유하는 숭어과 어류를 돌고래가 제공하는 단서를 바탕으로 잡아 왔다. 어민과 협업하는 큰돌고래 무리는 약 60마리인데, 어민과 마찬가지로 숭어가 생계수단이고 서로 도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대를 이어 전수해 왔다.

칸토르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어민들이 돌고래의 행동을 보고 언제 그물을 던질지 결정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며 “하지만 돌고래가 어민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맞춰 행동하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알아내기 위해 지난 15년 동안 드론과 위성추적장치, 수중음파탐지기를 동원해 어민과 돌고래의 움직임을 조사했다.

해안에 일렬로 늘어선 어민을 향해 바다 쪽에서 돌고래가 숭어떼가 몰아오면 어민이 차례로 그물을 던진다. 오레곤대 동영상 갈무리.
해안에 일렬로 늘어선 어민을 향해 바다 쪽에서 돌고래가 숭어떼가 몰아오면 어민이 차례로 그물을 던진다. 오레곤대 동영상 갈무리.

그 결과 어민과 돌고래는 타이밍을 맞춰 움직임으로써 더 많은 물고기를 잡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민들은 오랜 경험으로 돌고래가 몰고 온 숭어떼에 언제 그물을 던질지 안다.

돌고래가 갑자기 깊은 잠수를 하는 동작과 물속에서 다리에 느껴지는 돌고래의 초음파 진동이 그 단서이다. 연구자들은 돌고래가 내는 반향정위 초음파를 측정해 그물이 바다에 떨어진 직후 돌고래가 내는 클릭 음이 최고조에 이르는 사실을 확인했다.

돌고래 움직임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협동사냥의 핵심이다. 파비오 다우라-호르헤 제공.
돌고래 움직임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협동사냥의 핵심이다. 파비오 다우라-호르헤 제공.

꼼꼼한 관찰과 타이밍이 사냥의 핵심이다. 돌고래의 움직임에 정확히 맞추지 못하고 투망질이 조금만 이르거나 늦어도 물고기가 걸릴 확률이 떨어진다. 연구자들은 “어민들이 숭어를 잡은 4955번의 투망질 가운데 86%가 돌고래와 어민이 타이밍을 맞춰 움직였을 때”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렇다면 돌고래는 협동사냥에서 어떻게 혜택을 볼까. 이제까지는 돌고래 무리가 물고기떼를 어민 쪽으로 몰아넣고 투망으로 혼란에 빠진 개체를 쉽게 사냥한다고 짐작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에 더해 “돌고래가 그물에 걸린 숭어를 한 두 마리씩 빼간다”는 어민의 증언이 옳았음을 수중촬영으로 확인했다.

무엇보다 돌고래는 어민과 안정적으로 협동사냥을 하면서 다른 돌고래 무리보다 이동범위가 훨씬 좁아 불법 그물에 걸릴 위험이 줄어들었다. 연구자들은 “협동사냥 돌고래의 생존율이 다른 돌고래 무리보다 13% 높았다”고 밝혔다.

남획과 불법 어획으로 숭어떼가 감소하고 협동사냥의 전통이 희석되면서 사람과 돌고래의 드문 상생 방식이 흔들리고 있다. 파비오 다우라-호르헤 제공.
남획과 불법 어획으로 숭어떼가 감소하고 협동사냥의 전통이 희석되면서 사람과 돌고래의 드문 상생 방식이 흔들리고 있다. 파비오 다우라-호르헤 제공.

사람과 야생동물이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런 상생의 사례는 소중하다. 그러나 이런 관계가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동연구자인 파비오 다우라 호르헤 브라질 산타 카타리나대 교수는 “최근 이 지역 숭어 자원이 감소하고 있고 지역사회에도 돌고래와 협동 어획의 전통을 배우려는 관심이 줄고 있다”며 “관련 자료로 예측한 결과 이대로라면 협동사냥이 계속 유지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숭어에 대한 남획과 불법어업을 막는 한편 지역 어민들의 협동 어획 전통이 지닌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20773912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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