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의해 멸종된 새 ‘도도’는 불과 몇 달 만에 성체 몸집 크기로 ‘폭풍 성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줄리안 흄 아트워크/<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인간에 의해 멸종된 대표적인 야생동물 도도의 생태와 생활사에 관한 신비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학 생물학과의 델핀 앵스트 교수 등은 현존하는 도도의 뼈 미세구조를 현미경으로 분석하여 도도가 언제 번식하고 털갈이를 했는지 밝혀내고 이를 지난 24일에 과학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었다.
연구진은 22마리의 도도 뼈를 분석했다. 도도는 8월에 부화하며, 새끼는 사이클론이 불어오는 남반구의 여름이 시작되기까지 몇 달 사이에 ‘폭풍 성장’해 어미만큼 덩치가 커지고 성적으로 성숙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11월부터 3월까지 인도양 일대에 불어닥치는 사이클론 때문에 먹이가 부족해지더라도 어린 새가 살아남기 위한 도도의 진화적 생존 전략이었던 것이다.
도도가 살던 모리셔스에 사이클론이 닥치면 거센 비바람 때문에 나무 열매뿐만 아니라 나뭇잎과 꽃까지 다 떨어져 먹이를 제대로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몇 달씩 지속하기도 한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도도의 몸무게도 계절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과거의 항해가들이 도도의 몸집에 대해 매우 상이한 기록을 남긴 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태어난 지 몇 달 만에 어미만큼 자란 도도는 이후에 뼈가 완전히 성숙하기까지 몇 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이유는 모리셔스에 도도의 천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연구진은 다 자란 도도의 뼈에서 특정 광물질이 주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은 번식기 이후에 털갈이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혀냈다. 다 자란 도도는 여름이 끝날 무렵인 3월에 털갈이를 해서 낡고 손상된 깃털이 빠지고 새 깃털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깃털이 빠지면 한동안 도도는 솜털만 남은 보송보송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과거 항해가들의 기록에 의하면 도도는 날개에 서너 개의 검은 깃을 가지거나, 꼬리에 네다섯 개의 회색 솜 깃털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어 있기도 하지만, 깃이 하나도 없고 검은 솜털만 있다는 상이한 기록도 있다. 이처럼 도도의 모습에 대한 묘사가 다른 것은 털갈이 전후에 모습이 상당히 달랐던 것 때문으로 추정된다.
도도는 몸집이 크고 뒤뚱거리며 걷는 ‘날지 못하는 새’였다. 아그네스 앵스트/<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도도의 상상도. 줄리언 흄 아트워크/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도도는 인도양 남서부의 외딴 섬 모리셔스에서만 살았던 새다. 모리셔스는 아프리카 남동부 해안에서 약 2000㎞ 떨어져 있으며, 가로세로 45㎞×65㎞의 제주도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본 섬과 부속 섬이 있다.
사람이 살지 않았던 이 무인도는 중세시대 아랍 항해가가 발견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1507년에 서양인 최초로 포르투갈 항해가가 모리셔스에 도착했으며, 1598년 섬에 도착해 식민지로 삼은 네덜란드 항해가들이 도도의 존재를 기록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도도는 곧바로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1662년 마지막으로 목격됐으며, 그때부터 1693년 사이에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본격적으로 살기 시작한 지 100년도 안 되어서였다.
이 때문에 도도는 인간에 의해 멸종된 야생동물의 상징이 되었다. 그간에는 사람이 잡아먹기 위해 남획한 것이 도도 멸종의 원인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원숭이와 사슴, 돼지, 쥐 등이 사람과 함께 섬에 유입되면서 도도를 멸종으로 이끈 게 주원인이라는 학설이 조명받고 있다.
실제로 도도 고기가 맛이 없었다는 기록이 꽤 있다. 하지만 오랜 항해에 지친 선원들은 신선한 단백질이 필요했기 때문에 잡아먹기는 했을 것이다. 무인도인 모리셔스에 처음으로 정착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이용한 쓰레기장을 발굴해봤더니, 엄청나게 많은 동물 뼈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도도의 뼈는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2013년 발표됐다.
과거 모리셔스에는 아주 울창한 밀림이 있었고 도도는 그 안에서 살았다. 따라서 사람이 도도를 잡아먹어서 단시간 내에 멸종시키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다. 대신 사람들이 데리고 온 돼지와 개, 고양이, 원숭이, 쥐 등이 도도가 땅 위에 만든 둥지를 습격해 알을 해치거나, 도도와 먹이를 두고 경쟁한 것이 더 큰 멸종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밀림 벌목 등 섬 개발로 도도의 자연 서식처가 파괴된 것도 멸종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도도는 분류학적으로 비둘기목 비둘깃과에 속하지만 지금 볼 수 있는 비둘기들과는 매우 다르게 생겼으며 날 수도 없었다. 생태학적 연구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멸종해버려 도도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진 바가 없다.
대체로 뚱뚱한 몸집의 이 새는 뒤뚱거리며 걸어 다녔던 것으로 보인다. 도도라는 이름이 포르투갈어로 ‘멍청하다’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남아있는 뼈를 통해 도도는 키가 1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몸무게는 9.5㎏에서 14.3㎏이라는 추정 외에는 도도에 대한 생물학적 정보는 거의 없다.
영국 옥스퍼드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도도의 박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도도를 묘사한 문헌도 그 주장이 분분하다. 과거에 도도의 박제와 표본이 여럿 만들어졌으나 뼈를 제외한 도도 몸의 표본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은 영국 옥스퍼드대학 자연사박물관에 보관 중인 말린 머리 하나와 다리뿐이다. 원래는 몸 전체의 박제였지만 보관하는 동안 심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17세기에 도도에 대한 관찰 기록이 남아있지만, 대부분 생물학적 지식이 없는 선원들이 남긴 것이어서 정확하지 않거나 서로 상충하는 내용까지도 많다. 도도를 그린 그림도 꽤 남아있기는 하지만 도도를 실제로 보고 그린 그림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그다지 신뢰할 만하지 않다. 심지어 다른 새를 보고 도도라고 한 것들도 많이 있어 후세의 생물학자들을 헷갈리게 하였다.
마용운 객원기자
ecolia@hanmail.net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 Angst, A. Chinsamy, L. Steel & J. P. Hume. Bone histology sheds new light on the ecology of the dodo (Raphus cucullatus, Aves, Columbiformes). Scientific Reports 7, Article number: 7993 (2017)
DOI: 10.1038/s41598-017-085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