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는 위치를 표현할 때, 먼 곳일수록 입을 더 크게 벌리고 팔을 더 높게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팬지는 유전자적으로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인간은 사물의 위치를 표현할 때 간단한 언어나 몸동작을 사용한다. 손가락으로 사물이 있는 곳을 가리키거나 ‘여기’, ‘저기’ 같은 지시어를 쓰는 식이다. 더 먼 곳을 가리킬 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 입은 더 크게 벌리고 손은 더 쭉 뻗는다. 이 행동은 굉장히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사실 아주 고등한 소통 방법이다. 물건의 상대적 거리를 인식하고 위치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위치 표현을 인간이 아닌 침팬지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침팬지가 사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인간과 무척 흡사한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지난 15일 일본 교토대학교 영장류연구소의 클로이 곤세드 박사 등 연구팀은 ‘영국 왕립학술원 생물학지’(the royal society biology letters)에 논문을 내고 “침팬지가 멀고 가까운 것을 구분해서 몸짓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림. 일본 교토대 연구팀이 침팬지 실험을 할 때 실험실 설정
실험에는 연구실에 사는 침팬지 8마리가 사용됐다. 이들은 각자 한 마리씩 복도(corridor)와 2개의 탁자(T1, T2)가 있는 실험실에 들어갔다(그림 참조). 탁자는 복도를 따라 하나는 침팬지와 가깝게,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침팬지와 멀게 일직선으로 배치됐다.
실험은 먼저 한 실험자가 방에 들어와 탁자 위에 바나나를 두고 자리를 뜨면, 15초 후에 다른 실험자가 와서 올려둔 바나나를 침팬지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연구팀은 바나나를 받기 전 15초 동안 침팬지의 반응이 어떤지를 영상으로 녹화해 관찰했다.
총 8번의 실험 중 4번은 침팬지와 ‘가까운’ 탁자(T1)에 바나나를 두었고, 나머지 4번은 ‘먼’ 탁자(T2)에 두었다. 영상을 분석해보니 침팬지는 바나나를 기다리는 동안 특정한 행동을 보였다. 주로 소리 없이 탁자를 가리키며 구걸하는 듯한 행동이나 입 모양만 움직이는 행동이었다. 연구진은 이때 침팬지의 손 높이와 입 크기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먼 탁자에 바나나를 두었을 때 침팬지의 평균 손 높이는 더 높아졌고 입 크기는 더 커졌다. 침팬지는 바나나의 거리에 따라 자신의 손 높이와 입 크기를 조정한 것이다.
연구팀은 “원숭이와 유인원의 몸짓이 인간의 언어와 유사한 속성을 가졌다는 기존 연구는 있지만, 침팬지가 인간의 지시어나 손짓 사용과 흡사한 방식으로 사물의 위치를 표현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실험에서는 사람의 존재 여부에 따른 침팬지의 위치 표현 변화도 알 수 있었다. 이전 실험과 같은 조건이지만 침팬지에게 바나나를 전달하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 침팬지는 몸짓과 함께 소리를 냈다. 사람이 있을 때 대부분 무성의 몸짓을 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은 “침팬지는 사람의 유무에 따라 소통 방식을 조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유지인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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