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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경남 거대공룡은 코끼리 발바닥 지녔다

등록 2017-11-29 15:19수정 2017-11-29 17:01

[애니멀피플]
경남 함안서 세계 최대 발바닥 피부 자국 화석 발견
벌통 모양 피부조직, 펄에서 미끄러짐 막기 위해 진화
한반도 남부의 호숫가를 어슬렁거리던 거대 초식공룡의 발바닥은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서 발견된 발바닥 피부 화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모습이다. 유현정 제공.
한반도 남부의 호숫가를 어슬렁거리던 거대 초식공룡의 발바닥은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서 발견된 발바닥 피부 화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모습이다. 유현정 제공.
경남 함안에서 발바닥 피부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대형 초식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이 화석은 이제까지 세계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내 피부 흔적 가운데 가장 크고 분명한 것으로, 1억년 전 한반도 남부의 옛 환경과 공룡의 생태를 알려주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인성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팀은 29일 ‘네이처’ 자매지인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논문에서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서 발견된 거대 초식공룡인 용각류의 발자국에 난 피부 흔적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백 교수는 “공룡 발자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수없이 많이 발견됐지만 발바닥의 흔적까지 남아있는 것은 손으로 꼽을 만큼 드물다”며 “운 좋게 가장 크고 잘 보존된 피부 흔적 화석을 통해 왜 그런 화석이 잘 남지 않는지, 어떻게 함안에서 보존될 수 있었는지 등을 연구했다”라고 말했다.

함안에서 발자국 피부까지 생생하게 남긴 주인공은 거대 초식공룡인 용각류였다. 용각류의 일종인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모습. 이번 발자국의 주인공이 어떤 종의 용각류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함안에서 발자국 피부까지 생생하게 남긴 주인공은 거대 초식공룡인 용각류였다. 용각류의 일종인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모습. 이번 발자국의 주인공이 어떤 종의 용각류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화석은 백 교수팀이 3∼4년 전 전기 백악기 퇴적층(함안층)을 조사하던 중 공사현장의 발파한 암석 조각에서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인근 퇴적층에서 덜 선명하지만 다른 발자국 피부 흔적을 찾아내 이 화석이 같은 퇴적층에 포함돼 있었음을 확인했다.

공룡 발자국은 지름이 50㎝에 이르는 거대한 초식공룡의 것이었는데, 안쪽에 폭 6∼18㎜의 육각형 조직이 벌통처럼 빼곡하게 들어찬 모습이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형태가 “마치 현생 코끼리의 발바닥 같다”며 “이런 요철 피부조직은 펄이나 진흙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구실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용각류 공룡 발자국 안에 선명하게 보존된 발바닥 피부 흔적 화석. 백인성 외(2017)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용각류 공룡 발자국 안에 선명하게 보존된 발바닥 피부 흔적 화석. 백인성 외(2017)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현생 코끼리의 발자국 모습. 발바닥 피부에 다각형의 요철 조직이 드러나 있다. 무리엘 고트로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현생 코끼리의 발자국 모습. 발바닥 피부에 다각형의 요철 조직이 드러나 있다. 무리엘 고트로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왜 수많은 공룡 발자국 가운데 함안에서만 발바닥 피부의 흔적이 남게 됐을까. 백 교수는 “이 지역에서 특수한 보존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약 1억년 전 경남 일대는 우기와 건기가 교대하는 반건조지대였고 호수와 연못 가장자리에 공룡이 자주 드나드는 환경이었다. 홍수가 져 모래가 쓸려 내려와 쌓인 뒤 건기에는 미세한 펄이 쌓였다. 호수의 얕은 곳에는 물결의 영향으로 물결 모양의 긴 고랑이 파였고 건조한 곳에서는 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졌음이 당시의 퇴적층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용각류 발자국 화석이 위치한(화살표) 퇴적층. 모래와 펄(짙은색)이 교대로 쌓여 홍수가 가뭄이 교대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공룡은 모래가 쌓여 다져진 펄위로 서서히 지나가 발자국을 남긴 뒤 건기에 말랐고 이후 홍수 때 퇴적층에 덮였다. 백인성 외(2017)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용각류 발자국 화석이 위치한(화살표) 퇴적층. 모래와 펄(짙은색)이 교대로 쌓여 홍수가 가뭄이 교대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공룡은 모래가 쌓여 다져진 펄위로 서서히 지나가 발자국을 남긴 뒤 건기에 말랐고 이후 홍수 때 퇴적층에 덮였다. 백인성 외(2017)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연구자들은 발바닥 피부 흔적을 남긴 상황을 이렇게 재현했다. 어느 날 거대한 용각류 초식공룡 한 마리가 호숫가를 매우 느린 속도로 걸어왔다. 가는 모래로 된 펄 위에는 미생물 매트가 몇㎜ 두께로 덮여있어 찍힌 발자국의 형태가 허물어지지 않도록 잡아 주었다. 이어진 건기에 발자국은 말랐고 그 위에 홍수 때 퇴적층이 쌓였다. 오랜 시간 뒤 퇴적층은 암석으로 굳었다.

백 교수는 “백악기 용각류의 발바닥에 지면과의 마찰력을 높일 피부조직이 발달한 것은 공룡의 서식지가 중생대 후반 들어 숲에서 호수와 늪이 있는 평원으로 확장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In Sung Paik et al, A large and distinct skin impression on the cast of a sauropod dinosaur footprint from Early Cretaceous floodplain deposits, Korea, Scientific Reports, 7: 16339, DOI:10.1038/s41598-017-16576-y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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