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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소행성 충돌로 부리에 이 달린 새 사라졌다

등록 2018-05-29 16:33수정 2018-05-29 17:30

[애니멀피플]
지구 숲 모조리 불타 숲에 깃들던 원시 조류 멸종
살아남은 육상 새가 숲 회복 뒤 비행 조류로 분화
중생대 말 소행성 충돌은 세계의 숲을 모두 태웠고, 땅바닥에 살던 일부 새들이 살아남아 새롭게 진화했다는 새로운 가설이 나왔다. 필립 크르제민스키, 바스대 제공.
중생대 말 소행성 충돌은 세계의 숲을 모두 태웠고, 땅바닥에 살던 일부 새들이 살아남아 새롭게 진화했다는 새로운 가설이 나왔다. 필립 크르제민스키, 바스대 제공.
새들은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육상 척추동물로 1만1000종에 이른다. 그러나 한 지질학적 사건이 없었다면 오늘날 새의 모습은 부리에 이가 달리고 날개 끝에 발톱이 난, 시조새를 떠올리게 하는 형태였을 것이다. 그 사건은 6600만년 전 멕시코만에서 벌어진 지름 10㎞의 소행성 충돌이었다.

공룡과 함께 지구의 동·식물 가운데 4분의 3을 멸종시킨 이 충돌로 중생대는 종말을 고했다. 새의 조상은 중생대 쥐라기 말인 1억5000만년 전 지구에 출현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소행성 충돌 직전 지구에 가장 종이 많고 흔했던 새는 에난티오르니테스였다. 이 새 무리는 요즘의 새와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어깨 관절 구조가 현생 조류와 반대여서 ‘역조’로 불리며, 대부분 부리에 이가 나 있고 날개에도 발톱이 달렸다.

화석을 토대로 만든 에난티오르니테스의 한 종 복원 모형. 호세-마누엘 베니토 알바레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화석을 토대로 만든 에난티오르니테스의 한 종 복원 모형. 호세-마누엘 베니토 알바레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흔했던 에난티오르니테스는 속절없이 멸종하고 일부 새들만 살아남은 이유는 뭘까. 조류 진화의 오랜 수수께끼에 해답을 제시하는 새로운 ‘횃대 가설’이 나왔다. 대충돌로 지구의 숲이 사라지자 나무에 기대어 살던 에난티오르니테스를 비롯한 새들은 멸종하고 땅 위에 살던 자고새 비슷한 새만 살아남았고, 이후 숲이 되살아나자 이 새가 나무 위에 사는 종으로 진화해 퍼졌다는 주장이다.

다니엘 필드 영국 바스대 진화 고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충돌 시기의 식물 화석, 고대와 현대 새의 생태, 분자 진화 속도 추정 등을 통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직 몇몇 계통의 고대 새들만이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멸종 사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오늘날 놀랍게 다양한 새들로 진화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칙설럽 분화구를 남긴 소행성 대충돌은 핵폭탄 수백만 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에너지를 내 전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소행성 충돌 상상도. 미항공우주국 제공.
칙설럽 분화구를 남긴 소행성 대충돌은 핵폭탄 수백만 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에너지를 내 전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소행성 충돌 상상도. 미항공우주국 제공.
멕시코 만에 지름 180㎞의 칙설럽 분화구를 남긴 대충돌은 세계 전역에 걸친 산불을 일으켰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화재와 함께 뿜어나온 아황산가스는 대규모 산성비를 불렀고, 성층권을 덮은 검댕으로 수년 동안 지표면의 광합성을 가로막았다. 죽거나 시든 식물을 영양분으로 삼는 곰팡이 등 부생생물이 지구표면을 덮었다. 공동저자인 안톤 베르코비치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 고식물학자는 “충돌 경계 지층의 식물 화석을 분석한 결과 뉴질랜드, 일본,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대규모로 숲이 사라진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충돌 직후 퇴적층의 꽃가루 화석을 정밀분석해 충돌 뒤 수십 년 뒤 양치식물이 폭발적으로 늘었음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대규모 산사태로 맨땅이 드러나거나 하와이에서 용암이 흘러나온 곳에 가장 먼저 들어서는 식물은 고사리 등 양치식물”이라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야자나 소나무 등 새로운 식물이 숲을 형성한 것은 충돌 뒤 1000년 뒤였고, 숲의 생물 다양성이 정점에 이르기까지는 140만 년이 걸렸다고 논문은 밝혔다.

소행성 충돌 경계선 지층에서 나온 각종 식물 화석. 덴버 자연과 과학 박물관 제공.
소행성 충돌 경계선 지층에서 나온 각종 식물 화석. 덴버 자연과 과학 박물관 제공.
숲에서 날아다니며 가지에 앉아 먹이를 찾고 번식을 하던 숲 속의 새들은 모두 멸종했다. 오직 땅 위에서 주로 살던 자고새와 같은 일부 종이 명맥을 이었다. 신생대 초 숲이 제모습을 찾자 새들은 빈 생태계 장소를 차지하기 위해 다시금 나무 위의 삶에 적응해 진화했다. 새는 비행을 다시 한 번 배운 것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어느 한 가설로 지구 차원의 조류 생존 양성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며 “소행성 충돌이 숲에 기댄 새들을 솎아내는 필터로 작용했고 이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ield et al., Early Evolution of Modern Birds Structured by Global Forest Collapse at the End-Cretaceous Mass

Extinction, Current Biology (2018), https://doi.org/10.1016/j.cub.2018.04.06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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