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탐험
호랑이, 스라소니 등 수컷 활동영역 넓어
암컷과 수컷의 서로 다른 번식전략과 연관
호랑이, 스라소니 등 수컷 활동영역 넓어
암컷과 수컷의 서로 다른 번식전략과 연관
노래를 부르는 귀뚜라미는 수컷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수컷의 활동영역이 넓은 이유 동물 대부분 종에서 수컷의 활동영역이 암컷보다 넓다. 멸종위기종이며 육식동물인 호랑이를 예로 들면, 타이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수컷은 267~294km²로 암컷의 70~84km²보다 넓다. 미국 위스콘신주 북서부에 서식하는 스라소니 역시 수컷은 60.4km²로 암컷의 28.5km²보다 넓다는 연구 논문이 있다. 야생고양이 연구에서 수컷의 활동영역이 암컷보다 넓어 수컷이 0.01km², 암컷은 0.001km²로 보고됐다. 초식동물도 마찬가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퐁골라 지역에 서식하는 아프리카코끼리 연구에서 여름에 활동영역이 수컷은 36.6~40km²로 암컷무리의 17.5~20.6km²보다 넓다. 겨울에도 수컷은 61.2~71.5km²로 암컷무리의 36.7km²보다 넓다. 케냐 남부지역에 서식하는 코끼리 연구에서도 수컷이 더 활발했다.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고라니 수컷은 3.30km²로 암컷의 2.25km²보다 넓다. 동물의 활동영역은 계절에 따라, 마실 물이 있는지, 먹잇감의 많고 적음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도 암컷보다 수컷에서 넓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일반적으로 포유류의 대부분 종에서 수컷은 암컷보다 활동영역이 넓은 편이다. 시베리아호랑이가 풀밭을 걷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귀뚜라미의 노래를 듣는 이는? 암컷도 수컷처럼 탈피를 거쳐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됐어도 수컷만큼 활발하게 다니지 않는다. 동네 총각 귀뚜라미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고 어떤 수컷이 신랑감으로 쓸 만한지 검토만 하면 된다. 굳이 텃세 부릴만한 곳을 만들 필요가 없다. 암컷은 수컷을 불러 모으지 않아도 되니 최고의 음치로 진화해 노랠 못한다. 하지만 수컷은 기를 쓰고 목이 터져라 노랠 불러야 한다. 자기에게 홀딱 반해 결혼하겠다는 신호를 보낼 암컷이 나타날 때까지 노래는 메들리로 계속된다. 암컷 주위에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하니 주위도 늘 살펴야 한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수컷은 텃세 부리는 곳을 손바닥 보듯 자세히 알게 된다. 암컷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길치가 됐다. 번식기 때 영역을 정해놓고 사는 조류의 수컷도 마찬가지다.
북극곰은 수컷이 단독 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포유류다. 캐나다 처칠에서 2016년 10월 한 북극곰이 길을 찾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캣타워도 암수가 달라야 한다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이 겪는 무료함을 날려줄 행동풍부화(Behavioral enrichment)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서 적용한 지 한참 됐다. 동물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자는 취지다. 그 동물이 원래 살던 환경처럼 만들어 줘 무료함을 잊게 하고 본래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게 돕는 것이다. 적용 시 수컷의 활동영역이 암컷보다 넓으니 이 점도 고려하면 좋겠다. 예를 들어 고양이에게 캣타워를 설치해줄 때 암컷과 수컷은 달라야 한다. 동물원도 모든 종에서 똑같은 형태로 적용할 수 없고 활동영역이 넓은 종일수록 세심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활동영역이 넓으면 넓을수록 다양한 환경이나 설치물이 필요하다. 수컷만 따로 있는 공간이라면 수컷이 암컷보다 더 활동적이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동물이 사는 방사장이 한정된 공간이라 그렇다. 관리만 하던 과거의 동물원은 잊고 보존 생물학 차원에서 동물원을 운영할 시대다.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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