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동물 흔한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가 칼슘이온 흐름 촉발
초속 1밀리 속도로 신호 전달, 수분 뒤 먼 잎에 방어물질 생산
식물은 중추신경이 없어도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칼슘파를 형성해 위험 신호를 먼 곳까지 비교적 빠르게 전달한다. 글루타메이트를 가한 식물에서 칼슘이 형광을 내는 모습. 토요타 외 (2018) ‘사이언스’ 제공.
식물은 다리가 없어 천적이 공격해도 도망칠 수 없다. 그러나 애벌레가 잎을 맛있게 물어뜯으면 곧 그 사실을 식물의 멀리 떨어진 잎에까지 전달하고, 애벌레에 끔찍한 맛을 선사할 화학물질을 재빨리 만들어 낸다. 식물의 이런 방어 시스템은 많이 알려졌다. 최근엔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연구자들은 이런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방아쇠를 당기는 구실을 하는 것이 세포에 널리 분포하는 칼슘이란 사실을 밝혔다. 또 칼슘 주변에서만 형광을 내도록 돌연변이를 일으킨 식물(애기장대)을 이용해 식물의 방어 시스템이 마치 두뇌가 있는 동물의 신경계처럼 작동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의 애기장대 잎에 애벌레를 올려놓았다. 애벌레는 잎 주변을 돌아다니다 뜯어먹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입으로 잎자루가 줄기에서 떨어져 나가자 몇 초 뒤 형광이 다른 잎으로 퍼져나갔다.
연구에 참여한 사이먼 길로이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교수는 “이제까지 식물의 한 부위에 상처를 입으면 다른 부위까지 방어 반응을 촉발하는 신호체계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지만, 무엇이 그 시스템을 작동하는지 몰랐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동물에 많은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위협에 놓인 식물에서도 작용해 칼슘의 파문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는 칼슘 신호는 꽤 빨랐다. 동물의 신경전달 속도와 견줄 수는 없지만, 그 몇 분의 일에 해당하는 초속 1㎜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상처를 입은 2초 뒤에 신호가 발생해 2분 뒤면 가장 먼 잎에 도달했다. 결국 애벌레의 공격을 받은 식물은 몇 분 뒤면 다른 잎에 포식자를 물리칠 독성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손상을 당한 식물에서 칼슘파가 전파되는 속도. 왼쪽부터 0초, 20초, 40초, 0초 뒤의 모습이다. 토요타 외 (2018) ‘사이언스’ 제공.
이번 연구는 식물이 흔히 알려져 있듯이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라 동적으로 위협에 대처하는 것을 밝힌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연구와 맥을 같이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14일 치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satsugu Toyota et al, Glutamate triggers long-distance, calcium-based plant defense signaling, Science 14 September 2018, Vol 361 Issue 6407,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t774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