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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종복원센터가 '시골 동물원'이 되지 않으려면

등록 2018-10-31 15:00수정 2018-10-31 15:49

[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탐험
‘복원 컨트롤 타워’ 국립 멸종위기종복원센터 31일 개원
생태계 안정화·자연보전 ‘큰 그림’ 그리고 권한 부여해야
검은목두루미. 멸종위기 2급. 국립생물자원관
검은목두루미. 멸종위기 2급. 국립생물자원관
자연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 한 둘씩 늘어나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더 망가지지 않게 부랴부랴 법적 규제를 둬 보호하기 시작했다. 자연과 천연자원을 보전하고자 국제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도 설립했다. 1963년에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으로 동물과 식물의 보전 상태를 알리는 IUCN 적색목록(red list)이 발표되기도 했다.

지금도 주기적으로 재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적색목록이란 각종의 보전 상태를 9개의 등급인 절멸, 야생절멸, 절멸위급, 절멸위기, 취약, 준위협, 관심대상, 정보부족, 미평가로 구분한 것이다. 이중 절멸위급, 절멸위기와 취약의 세 부류가 멸종위기종이다.

멸종위기종 보전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기관인 환경부, 국립생태원, 동물원, 국립공원, 식물원, 생물자원관, 국립산림과학원 등에서 챙긴다. 오늘(10월31일) 경북 영양읍에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이하 센터)가 개원해 힘을 보탤 것이다. 센터는 국립생태원 소속으로 우리나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곤충, 양서·파충류, 식물을 보전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중심’이 해야할 일

센터는 당초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복원의 컨트롤 타워 역할’에 목표를 뒀다. 하지만 조직을 보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관련 기관의 협력을 끌어낼 명분과 힘이 없다. 하다못해 서식지 외 보전기관에 주는 교부금 분배 권한이라도 쥐고 있어야 일부라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꼬마잠자리. 멸종위기 2급. 국립생물자원관
꼬마잠자리. 멸종위기 2급.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관, 종복원기술원과 센터의 업무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일부 업무가 조정됐다 하나 각 기관의 입장을 내려놓고 어떻게 해야 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일지 고민해야 한다. 센터가 제 역할을 하게 도와야 한다.

반달가슴곰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도 복원사업에 발을 뗀 지 한참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서로 눈독 들이는 종이 대륙사슴이다. 센터 건립 기본계획에도 대륙사슴을 우선복원종으로 선정해 놨다. 안타깝게 서로 협조가 원활하지 못한 것 같다. 다른 종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경기도 아니고 이게 뭔가? 협조하면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고 좋은 성과도 낼 수 있다. 이래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기관이 필요하다. 그게 ‘센터’다.

단지 몇 종을 방사할 계획이라면 굳이 센터를 설립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 정도의 일이라면 종복원기술원과 동물원에서 거뜬히 해낼 수 있다. 분명히 센터의 역할이 있다. 자연에서 멸종한 종을 복원해 성공한 몽고야생말, 아라비안오릭스 등의 사례가 있지 않은가. 꼼꼼히 들여다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이 보일 것이다.

대륙사슴. 멸종위기 1급. 국립생물자원관
대륙사슴. 멸종위기 1급. 국립생물자원관
복원 사업에 앞서 생태계 안정화를 반드시 점검해야한다. 쉽게 말해 어떤 종을 방사하기 전에 그 종이 살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입체적으로 연구를 해야 한다. 복원해서 개체 수를 늘리려다 먹잇감인 종의 씨가 마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한 종을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려다 다른 종이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단 얘기다. 심각할 경우 빈대 잡으려다 자칫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다. 마침 그렇게 하겠다는 발표가 있어 다행이며 기대된다.

종 수준 복원이 ‘만사’는 아냐

멸종위기에 처한 종은 일부 개체가 어딘가에 살고 있다. 이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전략도 필요하다. 서식지 보전 차원이다. 먹이 자원이 안정화하면 자연스럽게 근처에 있는 개체가 이주해 온다. 개체 수가 한꺼번에 확 늘지 않을 테니 특정 먹잇감이 싹쓸이되지 않아 생태계 안정화는 계속 유지된다.

우리나라에서 종 수준의 복원을 만사(萬事)로 인식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서식지 보전이 더 큰 효과를 낸다. 먹이사슬의 아랫부분에 속한 종의 개체 수가 증가하면 윗부분에 속한 종의 개체 수는 저절로 증가하게 돼 있다. 이를테면 소생물 서식 환경 조성이라든지, 양서·파충류와 곤충의 개체 수 증가를 꾀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할 수도 있다. 오래 지속하면 생태계가 안정화하고 전체적으로 개체 수가 늘게 돼 있다.

물범. 멸종위기 1급. 국립생물자원관
물범. 멸종위기 1급. 국립생물자원관
이 전략이 좀 더디게 진행될 테니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해 꺼릴 수도 있다. 그럴지라도 공기관인 센터에서 장기적인 일로 포석을 둬 주도적으로 꿋꿋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본다. 중·장기 세부 비전이 필요하다.

단지 종 수준의 복원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또 있다. 예를 들면 멸종위기에 처한 깽깽이풀을 복원하려면 짱구개미부터 서식하게 해야 한다. 짱구개미가 깽깽이풀의 씨앗을 옮겨 주니 반드시 함께 있어야 대를 이어갈 수 있다. 이런 공진화는 거의 모든 식물에 다 있어 식물마다 짝꿍인 곤충이 따로 있다. 이 점을 고려해 복원 계획을 세워야 하며,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니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중요하다.

풍란. 멸종위기 1급. 국립생물자원관
풍란. 멸종위기 1급. 국립생물자원관
센터 직원의 노력만으로 복원을 이뤄내기엔 한계가 있다. 업무와 복원의 내용에 따라 시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도 필요하다. 그래야 업무가 확대되고 사회적으로 주목도 받는다. 자연보전을 꿈꾸는 시민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펼칠 일도 있어 보인다. 관련된 시민단체도 센터를 도와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시민단체가 만들어 질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독자적 연구 보장해야

어떤 프로젝트든지 일은 사람이 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일이 더 잘 되게 할 수 있다. 복원은 생태학 전공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일이다. 전문가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경우 자칫 튕겨 나갈 수 있다. 비전을 세워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면 분명히 알아서 잘 해낼 인재다.

나팔고둥. 멸종위기 1급. 국립생물자원관
나팔고둥. 멸종위기 1급. 국립생물자원관
정책 결정이나 프로젝트 실행 시 탑다운(top-down) 방식보다 바텀업(bottom-up) 방식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업무를 시시콜콜 간섭하기보다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놔두는 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직원들 대부분은 주말부부로 홀로 산다. 업무의 만족도와 보람이라도 있어야 시골에서 버티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게 센터에서 최우선으로 챙길 일인 듯싶다.

센터의 비전을 단지 몇 종 방사하겠다고 세우면 시골 동네에서 소소하게 운영될 테고, 자연보전·복원 업무의 맏형 역할을 할 비전이면 그렇게 될 것이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구조적으로 안 되면 업무적으로라도 맏형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장수하늘소. 멸종위기 1급. 국립생물자원관
장수하늘소. 멸종위기 1급. 국립생물자원관
초창기에 방향성을 잡지 못하면 컨트롤 타워 역할은커녕 시골에 있는 작은 동물원으로 쪼그라들 것이다. 시대의 요구에 맞게 적절한 시기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오픈되었다. 여러 종이 멸종위기의 상황을 벗어나 잘 보전되고,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어 생태계가 건강성을 회복하는데 센터가 핵심 역할을 하길 간절히 희망한다.

전 서울동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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