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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천적 뱀과 함께 사는 도마뱀의 체온이 높은 까닭

등록 2021-02-04 15:35수정 2021-02-04 15:50

[애니멀피플]
포식자 피해 재빨리 달아나는 원동력…대양섬 이즈 제도서 2.9도 높아
일본 이즈 제도에 분포하는 오카다도마뱀. 천적인 뱀이 없는 곳에서 체온이 높아지고 뒷다리가 길어지는 적응을 했다. 하세가와 마사미 제공
일본 이즈 제도에 분포하는 오카다도마뱀. 천적인 뱀이 없는 곳에서 체온이 높아지고 뒷다리가 길어지는 적응을 했다. 하세가와 마사미 제공

변온동물인 파충류는 주변 온도가 높아져야 체온이 올라 먹이를 사냥하고 또 재빨리 도망칠 수 있다. 만일 천적인 뱀이 사는 섬과 없는 섬에서 도마뱀이 각각 수만∼수십만 년 동안 진화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뱀이 있는 섬에서는 체온이 높은 도마뱀이 더 많이 살아남아 번성할 것이다. 이처럼 진화생물학자가 사고실험으로만 짐작할 수 있던 일이 실제 관찰을 통해 확인됐다.

일본과 홍콩 생물학자들은 일본의 화산섬인 이즈 제도에서 포식자와 함께 사는 도마뱀 쪽이 그렇지 않은 섬 도마뱀보다 체온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발견해 과학저널 ‘에콜로지 레터스’ 최근호에 보고했다.

이즈 제도는 화산섬으로 지질학적으로 젊은 섬이어서 생태와 진화 연구에 적합하다. 하세가와 마사미 제공
이즈 제도는 화산섬으로 지질학적으로 젊은 섬이어서 생태와 진화 연구에 적합하다. 하세가와 마사미 제공

일본 도쿄 근처에서 태평양 쪽으로 길어 뻗은 이즈 제도는 100만년 이전에 일련의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비교적 젊은 섬들로 외부에서 이주해 온 소수의 생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를 연구할 절호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세가와 마사미 도호대 교수는 1980년부터 이즈 제도에서 오카다도마뱀이 사는 7개 섬 가운데 2곳에는 천적인 줄무늬뱀이 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 차이가 도마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해마다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2018년부터 가세한 홍콩대 연구진은 온도에 따른 도마뱀의 속도를 측정하는 실험연구를 했다.

장기 현장연구와 실험연구 끝에 연구자들은 40년 동안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모든 섬 도마뱀의 체온이 1.3도 높아진 사실을 발견했다. 또 뱀이 있는 섬 도마뱀의 체온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2.9도 높았는데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차이는 변함이 없었다.

천적인 뱀이 있는 섬의 도마뱀은, 언제든 출발할 수 있도록 시동을 건 상태로 정비하는 경주용 차처럼 체온을 높게 유지하도록 진화한 셈이다. 또 이런 섬의 도마뱀은 걱정거리 없는 섬의 도마뱀보다 1.6도 낮은 체온에서 최대속도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뱀이 있는 섬의 도마뱀은 체온 상승뿐 아니라 뒷다리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뒷다리의 길이는 뱀으로부터 도망칠 때 속도를 좌우하는 요인”이라며 “빠른 속도로 도망칠 수 있도록 다리가 길어지는 쪽으로 자연선택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체온과 긴 뒷다리로 천적인 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피하는 형질이 도마뱀에서 진화한 셈이다. 연구자들은 “적은 수의 생물종이 분포해 자연의 선택압을 직접 규명할 수 있는 이즈 제도는 다윈의 진화이론 형성에 기여한 갈라파고스 제도처럼 귀중한 진화 실험실”이라고 밝혔다.

도마뱀의 천적인 줄무늬뱀. 일본 고유종이다. 하세가와 마사미 제공
도마뱀의 천적인 줄무늬뱀. 일본 고유종이다. 하세가와 마사미 제공

이번 연구에서 도마뱀의 체온이 40년 동안 1.3도 상승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지구의 온도는 계속해서 오를 것이기 때문에 뱀이 있는 섬의 도마뱀은 앞으로 기후변화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체온 상승은 포식자에 적응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이룬 적응이어서 빠른 기온상승에 맞춰 쉽게 바꿀 수 없다. 연구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외부 온도에 의존하는 포식자-피식자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도호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하세가와 교수는 “이즈 제도가 지구 환경변화 속에서 진행 중인 진화를 연구하는 대양 섬의 모델로 의욕적인 젊은 아시아 생물학자들의 연구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Ecology Letters, DOI: 10.22541/au.160133473.3943535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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