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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침팬지 '지푸라기 패션'...동물 문화 폭넓다

등록 2021-04-02 15:11수정 2021-04-02 17:11

[애니멀피플]
사회적 학습 대대로 물려줘…영장류부터 곤충까지 증거 쌓여
지푸라기를 한쪽 귀에 꽂고 다니는 야생 침팬지 줄리. 동물의 문화는 영장류뿐 아니라 새, 물고기, 곤충까지 널리 퍼져 있다. 에드윈 반 뤼웬 제공.
지푸라기를 한쪽 귀에 꽂고 다니는 야생 침팬지 줄리. 동물의 문화는 영장류뿐 아니라 새, 물고기, 곤충까지 널리 퍼져 있다. 에드윈 반 뤼웬 제공.

잠비아의 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사는 암컷 침팬지 줄리는 어느 날 지푸라기를 한쪽 귀에 꽂기 시작했다. 줄리는 다른 행동을 할 때도 지푸라기를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했는데 그 후 1년 사이 같은 무리 12마리 가운데 8마리가 이를 따라 했고, 이 모습을 한 번 보았을 뿐인데도 이웃 침팬지 무리 3마리로 번져 나갔다.

2014년 학계에 보고된 이 행동은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유행에 가깝다. 문화를 남에게서 배운 행동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침팬지 문화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앤드루 와이튼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 대 명예교수는 2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 지난 70년 동안 이뤄진 동물 행동 연구를 검토한 결과 영장류 등 포유류는 물론이고 새, 물고기, 곤충도 자신의 문화를 창조한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

초소형 항공기를 이용해 어린 두루미에게 이동 경로를 학습시키는 모습. 이들은 나중에 스스로 이동 경로를 다듬어 후대로 전수한다. 팀 로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초소형 항공기를 이용해 어린 두루미에게 이동 경로를 학습시키는 모습. 이들은 나중에 스스로 이동 경로를 다듬어 후대로 전수한다. 팀 로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는 “사람만이 문화를 보유하고 다른 종은 본능과 약간의 학습능력으로 살아간다고 이제껏 간주했다”며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쌓인 연구성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1949년 비인간 동물에서 처음 문화의 증거로 제시된 사례는 박새가 가정에 배달된 병 우유의 뚜껑을 쪼아 위에 고인 크림을 먹는 행동이었다. 박새의 이런 행동은 이후 10년 사이 영국 전역으로 퍼졌다. 1964년엔 새들의 노랫소리가 지역마다 차이가 나며 학습으로 전승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현재까지 80종 이상의 새에서 사투리가 확인됐다) 이듬해엔 일본 고시마 섬의 원숭이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행동을 학습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동료들이 물방울 커튼을 만들어 가둔 물고기를 삼키는 혹등고래. 혹등고래는 혁신적인 먹이 사냥 기술을 개발해 학습하고 전수하곤 한다. 크리스틴 칸, 미 국립대기해양청 제공.
동료들이 물방울 커튼을 만들어 가둔 물고기를 삼키는 혹등고래. 혹등고래는 혁신적인 먹이 사냥 기술을 개발해 학습하고 전수하곤 한다. 크리스틴 칸, 미 국립대기해양청 제공.

이후 침팬지, 오랑우탄 등 영장류 연구에서 도구 사용, 그루밍 방식, 먹이 찾는 기술 등의 문화가 활발히 연구됐고 고래의 노래와 먹이 찾는 문화도 모습을 드러냈다. 혹등고래 한두 마리는 거대한 꼬리로 수면을 쳐 기절한 물고기를 잡아먹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런 혁신은 이후 27년 동안 새로운 전통이 돼 600마리로 전수됐다.

무척추동물에서도 문화가 확인됐다. 다른 초파리 암컷이 짝짓기 때 특별한 종류의 수컷을 선호하는 것을 본 초파리 암컷은 나중에 짝짓기 때 비슷한 선호를 보였고 이런 성향은 이후 대를 이어 지속했다.

미국에 복원한 큰뿔양은 계절에 따라 산 꼭대기로 이동하는데 학습과 전수를 통해 새로운 경로를 개척한다. 미국 지질조사국 제공.
미국에 복원한 큰뿔양은 계절에 따라 산 꼭대기로 이동하는데 학습과 전수를 통해 새로운 경로를 개척한다. 미국 지질조사국 제공.

문화는 동물의 생애 시기에 따라 다른 방식을 띠기도 한다. 어릴 때는 주로 부모로부터 배우다가 점차 다른 개체의 색다른 기술을 배우고 예컨대 도구 제작 등에 특별한 전문성을 지닌 집단을 졸졸 따라다니기도 한다.

와이튼 교수는 “성체가 된 원숭이나 영장류는 자기 무리를 떠나 새로운 집단에 합류하는데 이때 자기가 익숙하던 습관을 버리고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른다’”며 “이는 이주한 새로운 환경에서 그곳 거주자로부터 배우는 중요한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은 집단마다 좋아하는 먹이가 다르다. 이 보노보 무리가 선호하는 소형 영양을 사냥했다. 코콜로포리 보노보 연구 프로젝트 제공.
동물은 집단마다 좋아하는 먹이가 다르다. 이 보노보 무리가 선호하는 소형 영양을 사냥했다. 코콜로포리 보노보 연구 프로젝트 제공.

그는 동물의 문화적 행동이 관찰된 영역은 먹이 찾는 기술, 도구 사용, 소리를 이용한 소통, 특정한 먹이 선호, 이동 경로, 둥지 치는 장소, 짝 찾기 등 동물의 삶 전반에 걸쳐 있다며 “유전자와 함께 문화를 물려받는 것이 진화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문화적 차이로 다른 먹이를 사냥하게 된 범고래가 소화기관도 다른 형태로 진화하는 등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는 상호작용을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 이런 문화적 진화 때문에 영장류의 두뇌가 점차 커지는 ‘문화 지능 가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생동물을 보전할 때도 문화적 측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종이라도 다른 문화를 지닌 집단은 별도로 보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e651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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