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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웃는 동물’ 65종…놀이→싸움 막기 위한 진화의 안전장치

등록 2021-05-11 09:01수정 2021-05-11 10:53

[애니멀피플]
쥐는 사람이 못 듣는 초음파로 웃고, 개는 ‘헉헉’ 웃음
침팬지는 사람처럼 놀 때나 간지럽히면 웃는다. 영장류뿐 아니라 많은 포유류와 일부 조류도 이런 능력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침팬지는 사람처럼 놀 때나 간지럽히면 웃는다. 영장류뿐 아니라 많은 포유류와 일부 조류도 이런 능력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 아닌 동물도 웃는다고 하면 ‘소가 웃을 일’이라고 면박을 당할지 모른다. 사람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또는 어떤 감정상태에서든 웃을 수 있는 동물은 당연히 없다.

그러나 웃음의 뿌리가 놀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루에 어른은 17번 웃지만 아이는 300번 웃는 까닭도 거기에 있을지 모른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웃음을 놀이를 지속하고 조절하기 위해 진화한 ‘놀이 도중 내는 소리’로 본다.

이런 관점에서 웃음은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적어도 65종에 이르는 동물에서 발견되는 놀이 행동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샤 윙클러 미국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박사과정생 등은 과학저널 ‘생물 음향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기존 연구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웃음이 사람만의 특징이 아니라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 대형 유인원이 놀 때 내는 소리와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졌다. 찰스 다윈은 1872년 세 번째 저작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젊은 침팬지를 간지럽히면 낄낄대면서 웃는데 아이들처럼 겨드랑이가 특히 민감하다”고 적었다.

이들은 싸움 놀이나 뒤쫓기 놀이를 할 때 또는 사람이 간지를 때 웃는다. 그러나 사람이 말을 하듯 내쉬는 숨으로 웃는 것과 달리 침팬지는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 하면서 헐떡이는 듯한 새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우리 귀에 웃음소리로 들리지는 않는다.

개들은 동료나 주인과 신나게 놀 때 헐떡이는 독특한 소리로 ‘웃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개들은 동료나 주인과 신나게 놀 때 헐떡이는 독특한 소리로 ‘웃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자들은 원숭이를 포함해 영장류 가운데 32종에서 놀이 중 소리를 내는 행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영장류 말고도 포유류 가운데 집쥐 등 설치류, 가축인 소와 개, 야생동물 가운데 여우, 물개, 몽구스, 새 등에서 그런 행동이 보고됐다.

집쥐가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50㎑의 초음파로 ‘웃는다’는 사실은 1999년 미국 스탠퍼드대 브라이언 넛슨에 의해 밝혀졌다. 쥐들이 좋아하는 밀치고 넘어뜨리는 놀이를 하거나 사람이 간지럽힐 때 이런 소리를 냈다.

동료나 주인과 잘 어울려 노는 개들이 독특한 헐떡이는 소리로 ‘웃는다’는 사실도 2000년대 초 동물행동학자들이 발견했다. 보통 때의 날숨과 구별되는 이 소리를 녹음해 다른 개에 들려주니 스트레스 수준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소들도 동료들과 소리로 소통해 상대 알아보기, 인사, 위협과 공포를 나타낸다. 경험 많은 농부는 젖소가 내는 소리만으로 어떤 소인지 어떤 감정상태인지 안다(▶다 같은 ‘음매’ 아냐, 젖소도 ‘제 목소리’ 있다).

이번 연구에서 사람과는 계통학적으로 거리가 먼 조류에서도 놀이 중 소리를 내는 행동이 확인됐는데 뉴질랜드의 케아앵무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랑앵무와 까치가 그들이었다. 공동 연구자인 그레고리 브라이언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사람의 특징으로 간주했던 웃음이 (진화의 거리가) 수천만 년 떨어진 종들과 공유하는 행동임이 밝혀졌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포유류 말고 조류 가운데서 놀면서 소리로 소통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랑앵무. 게티이미지뱅크
포유류 말고 조류 가운데서 놀면서 소리로 소통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랑앵무.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왜 놀이에서 웃음이 진화했을까. 연구자들은 “동물은 흔히 싸움 형태의 놀이를 즐기는데 놀이가 자칫 싸움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할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장류는 놀이할 때 특이한 ‘놀이 표정’을 짓고 개는 앞발을 펴 가슴을 낮추어 상대를 놀이에 초청한다. 이런 행동이 시각적 보디랭기지라면 소리는 청각으로 놀이의 지속과 안전을 알리는 신호이다.

윙클러는 “우리는 웃음으로 즐겁다는 정보를 전달하고 함께하자고 초청하는데 이런 소리 행동을 많은 동물이 공유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웃음은 진화적으로 오랜 ‘소리 놀이 신호’의 인간 판인 셈”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Bioacoustics, DOI: 10.1080/09524622.2021.190506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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