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원회가 2023년까지 닭, 토끼, 거위 등의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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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철장에 갇힌 농장 동물들이 드디어 케이지 밖으로 나오게 될까. 유럽연합 법안 제안권을 가진 유럽집행위원회가 닭, 토끼 등의 동물을 우리에 가둬 키우는 방식을 폐지하는 법안을 마련한다.
30일(현지시간) 유럽집행위원회가 2023년까지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전했다. 비비시는 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유럽시민 140만명의 케이지 사육 반대 청원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법안에 포함되는 동물은 토끼, 어린 암탉, 메추라기, 오리, 거위 등이다. 산란계와 암퇘지, 송아지는 이미 유럽연합의 케이지 규정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산란계의 경우 ‘퍼니시드 케이지’(Furnished Cages·케이지 내부에 난상, 모래목욕 상자, 횃대가 있는 형태)에서 사육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배터리 케이지보다 조금 넓은 형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좁은 케이지에 닭들을 밀집사육 하는 배터리 케이지는 2012년 유럽 전역에서 금지됐으나, 2015년 조사 당시에도 여전히 일부 국가에서 사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연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사육 토끼의 90%, 산란계의 절반이 케이지에서 살고 있다.
유럽시민행동 ‘케이지 시대의 종말’(End the Cage Age)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 사육되는 토끼의 94%, 산란계의 49%, 암퇘지 85%가 케이지에 갇혀있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유럽연합 보건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성명에서 “동물들은 지각 있는 존재이며 우리는 농장들이 이 조건을 반영하도록 도울 도덕적,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는 “똑바로 서고 기지재를 켜거나 돌아설 수도 없는 동물들의 수용 방법에 대해 엄청난 우려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이 이미 변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독일은 2025년까지 닭의 케이지 사육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고, 체코 또한 케이지 사육철폐를 약속했다.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는 이미 닭의 케이지 사육을 금지한 상태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케이지 사육을 포기한 농장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고, 새 장비와 최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려면 유럽연합 27개 회원국과 유럽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법안이 통과되면 회원국 모두가 새 규정을 시행할 책임을 지게 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