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김지숙이 만난 애니멀피플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권유림 대표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권유림 대표

2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만난 권유림 변호사. 그는 케어 박소연 안락사 사건, 애린원 철거, 서울대 복제견 실험 등의 굵직한 동물권 사건에 참여해왔다. 김지숙 기자
아기 길고양이 보살피던 고시준비생 “고시생 시절 우연찮게 아기 고양이 우유 먹이는 봉사를 하게 됐어요. 어미가 보일러실 같은 곳에 새끼를 낳아서 포획되면 모두 유기동물 지정병원에 들어가거든요. 눈도 못 뗀 새끼 서너 마리를 데려와서 임시보호 하다 입양 보내고 했죠. 그러다 보니 자꾸 병원에서 연락이 왔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했지만, 당시 그가 새 반려인을 찾아준 고양이는 40~50마리에 이른다. 스스로의 앞날도 불투명하던 시절 어떻게 길 위의 동물에까지 마음이 갔을까. 그는 모두 ‘고시 동지’인 반려묘 누리와 바다 덕이라고 했다. “사실 고양이는 안에서 키우는 고양이나 밖에 있는 고양이나 다르지 않잖아요. 우리 집 고양이들을 사랑하게 되니까 길고양이까지 챙기게 된 거죠.” 특히 고시생과 대학생들이 들고 나는 일이 많은 동네라 유기동물도 자주 눈에 띄었단다. “임보를 안했으면 아마 고시를 몇 년은 더 일찍 합격했을 거예요.”

권유림 변호사의 ‘고시 동지’인 반려묘 누리와 바다. 13살, 16살이 된 반려묘들은 지금까지 곁에 머물고 있다. 권유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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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고시생 시절 권유림 변호사는 아기 고양이를 임시보호하며 40~50마리에게 새 가족을 찾아줬다. 권유림 제공
케어 박소연·서울대 복제견 실험 사건 등 맡아 동변 활동을 시작하며 권 변호사가 관심을 갖게 된 분야는 실험동물이었다. 개, 원숭이, 쥐, 고양이 등 수많은 동물들이 동물실험에 동원되고 있지만, 동물의 희생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행동파’ 답게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접 동물단체를 찾아간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저희가 전문가이겠지만, 현장에서 느끼고 직접 체험하는 사람들의 문제의식을 따라갈 수가 없으니까요.” 권 변호사가 그렇게 찾은 곳이 충남 논산시에 위치한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였다.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비구협)은 실험동물의 현실을 알리고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동물복지단체다. “뭐가 문제인지 한 번 들어보고 싶어서 갔는데, 그 인연이 지금까지 5년 간 이어진 거죠.” 그의 표현에 따르면 “시작하면 항상 끝을 보는” 비구협 유영재 대표를 만나며 권 변호사는 잊지 못할 사건들을 맡게 됐다.

권유림 변호사는 “하루 날 잡고 보호소 봉사를 다녀오면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의 중성화 수술 봉사 참여 모습. 권유림 제공
“반복되는 동물학대, 강한 처벌로 경각심 높였으면” ‘동물권 변호사’지만 아무래도 본업은 인간사가 중심이 된다. 다른 사건 처리하며 동물사건 자문까지 쉴 짬이 있을까. “그래도 하루 날 잡고 보호소 가서 개똥 치우고 오면 다 힐링이 돼요.” 그렇게 보호소에서 만난 비글 ‘상남이’는 그의 품을 거쳐 해외 입양을 갔고, 또 다른 임시 ‘하숙생’이었던 진돗개 ‘정선이’는 5년 째 같은 집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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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정선이’는 강원도에서 구조된 유기견으로 임시보호을 하다 가족이 되었다. 권유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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