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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멸종위기 동물’ 103종이 보내온 편지 “TO. 인간…같이 좀 살아요”

등록 2022-09-02 15:38수정 2022-09-02 19:41

[애니멀피플] 새 책 ‘편지가 왔어요’
페이퍼 아티스트 이재혁, 멸종위기 103종 이야기 담아
남방큰돌고래, 사육곰, 상괭이 현실 편지 형식으로 소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103종의 현실을 담은 책 ‘편지가 왔어요’가 출간됐다. 김지숙 기자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103종의 현실을 담은 책 ‘편지가 왔어요’가 출간됐다. 김지숙 기자

“우리는 기분이 좋을 때 커다란 배들 앞에서 멋지게 파도를 타고는 해요. 하지만 아무 때나 가까이 와도 된다고 허락한 건 아니에요. 사람들은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 없는 건가요? 우리 일상을 조금만 더 존중해 주면 안 될까요?”

새 책 '편지가 왔어요'. 자연과생태 제공
새 책 '편지가 왔어요'. 자연과생태 제공

돌고래 관광선박에 시달리는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인간에게 했을 법한 말이다. 제주 비자림로 공사로 갑자기 번식지를 잃은 여름철새 팔색조라면 뭐라고 할까. 인간이 최초로 멸종시킨 동물로 알려진 인도양 모리셔스섬의 도도가 만약 살았더라면, 우리에게 경고를 남겼을까.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103종의 현실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책 ‘편지가 왔어요-멸종 위기 동물이 인간에게 보내는’은 사람 때문에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전 세계 동물의 현실을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담아냈다. 페이퍼 아티스트인 지은이 이재혁씨는 디지털 시대에 곧 사라질 거란 소리를 듣는 ‘종이’로 이 동물들을 되살려냈고, 이제 그 동물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혐오 표현에 등장하는 고라니는 사실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국내에는 최대 75만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중국은 고작 1만 마리가 남아있고 북한은 거의 사라졌다고 알려졌다. 중대형 포식자가 사라진 뒤 개체수가 늘어난 고라니는 현재 유해조수로 지정되어 있다. 농작물을 망치고 교통사고를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한 해 10만 마리가 사냥되며, 로드킬로 6만 마리가 희생된다.

페이퍼 아티스트인 지은이 이재혁씨는 디지털 시대, 곧 사라질 거란 소리를 듣는 ‘종이’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되살려냈다. 남방큰돌고래 페이퍼 아트. 이재혁 작가 제공
페이퍼 아티스트인 지은이 이재혁씨는 디지털 시대, 곧 사라질 거란 소리를 듣는 ‘종이’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되살려냈다. 남방큰돌고래 페이퍼 아트. 이재혁 작가 제공

페이퍼 아티스트인 지은이 이재혁씨는 디지털 시대, 곧 사라질 거란 소리를 듣는 ‘종이’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되살려냈다. 팔색조 페이퍼 아트. 이재혁 작가 제공
페이퍼 아티스트인 지은이 이재혁씨는 디지털 시대, 곧 사라질 거란 소리를 듣는 ‘종이’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되살려냈다. 팔색조 페이퍼 아트. 이재혁 작가 제공

개체수 조절이 안된다고 고라니를 마구 잡아 죽여도 되는 걸까? 고라니는 말한다.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만 가득찬 세상에서 우리가 갈 곳은 대체 어디에 있나요?” 고라니 개체수가 많이 증가한 건 1980년대로 꽤 최근이다. 포식자와 경쟁자가 사라진 탓도 있지만 농경지와 도시가 확장되며 마주치는 일이 늘어난 탓도 있다. 지은이는 “현재 아무리 흔한 동물이라고 해도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정밀한 데이터 없이 인위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하다 보면 지역 절멸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이처럼 동물과 비인간동물의 관계에 주목한다. 인간들은 매년 전통이란 이유로 긴지느러미들쇠고래를 무참히 단체 살해하며, 사바나천산갑의 비늘이 몸에 좋다는 미신으로 천산갑을 세상에서 가장 많이 밀매되는 포유동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1억년 전 지구에서 태어나 여러 차례 대멸종에도 살아남은 푸른바다거북 또한 인류세 기후 위기로 멸종에 직면해 있다. 다양하고 독특하고 아름답고 지적이고 무해하며 온화한 동물들이 인간의 탐욕과 무심함으로 죽어가는 것이다.

책 ‘편지가 왔어요-멸종 위기 동물이 인간에게 보내는’은 사람 때문에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전 세계 동물의 현실을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담아냈다. 자연과생태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내의 실정이 충분히 담긴 것은 책의 큰 장점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지만 철창에 갇힌 반달가슴곰인 사육곰, 가장 흔한 토종돌고래였던 상괭이의 위기, 과거 제주와 서울 등 남한 전역에 살아서 ‘서울개구리’라 불렸지만 서식지 파괴로 사라져가는 금개구리 등 우리가 당장 관심 갖고 살펴야 할 동물들의 현실이 충실히 담겼다. 물론 종이를 오리고 덧대어 입체적으로 되살아난 동물들의 아름다운 페이퍼 아트만으로도 책은 도감으로서의 가치를 상회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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