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긴수염 동물기
록키산맥 버섯 들고 온 다람쥐 만났다
‘이상행동’ 한 건가, ‘인간실험’ 한 건가
록키산맥 버섯 들고 온 다람쥐 만났다
‘이상행동’ 한 건가, ‘인간실험’ 한 건가
캐나다 록키산맥에서 청서(Red Squirrel)를 수도 없이 만났다. 주로 나무에 올라 잣을 까먹거나 인간에게 먹을 걸 달라며 다가오는 청서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 몸만한 버섯을 든 청서를 만났다. 열매나 견과류만 먹는 줄 알았는데 버섯도 먹는 건가?
처음 보는 광경에 호기심이 생겨 천천히 땅바닥에 앉아 가만히 관찰했다. 녀석은 버섯 뿌리를 갉다가 버섯 머리를 더듬거리더니 버섯을 끌고 나에게 다가왔다. 꽤 무거워보였다. 녀석은 다시 버섯을 끌고 반대로 갔다가 나에게 가까이 돌아왔다. 이 청서의 행동이 심상치 않아서 계속 관찰했는데, 녀석은 내 앞에 버섯을 끌고 와 덩그러니 놓고는 가버렸다. 그러면서 계속 돌아보는 거다. 나무 뒤에 숨더니 나를 지켜보는데, 당시에는 ‘버섯이 무거우니 들어달라는 건가?’ 아니면 ‘버섯을 좋아하는 나에게 선물이라도 주는 건가?’하고 나만의 엉뚱한 상상을 했다.
그런데 이후에 청서가 버섯을 먹고 이상행동을 하는 걸 봤다는 목격담을 접하게 되었다. 혹시 그때 그 녀석이 버섯을 먹고 이상행동을 했던 것은 아닌지, 혹은 나를 ‘인간실험’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또 나만의 상상을 했다. 청서들이 버섯을 나뭇가지 틈에 끼워놓고 말려먹기도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청서는 왜 굳이 내 앞에 버섯을 놓고 간 것일까. 조금 먹어보니 맛이 이상해서 나한테 버린 걸까. 아직까지도 수수께끼다.
긴수염/지구별 인간동물생명체
록키산맥에서 만난 청서. 버섯을 들고 나에게 왔다. 긴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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