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긴수염동물기
청서가 새를 먹고 있었다…사람들 “징그러워”
우리는 동물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건 아닐까
청서가 새를 먹고 있었다…사람들 “징그러워”
우리는 동물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건 아닐까
캐나다 토버모리 호수 근처 어느 기념품 가게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청서(Eastern Grey Squirrel·동부회색청설모)로 보이는 한 마리가 뭔가를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아이들이 “이유 징그러워”라고 하길래 자세히 봤더니 청서가 먹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갓 부화한 듯한 새끼 새였다. 청서가 잡식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항상 견과류 먹는 것만 보다가 막상 새끼 새 먹는 것을 보니 충격적이었다.
나무 위에서는 새끼를 잃은 어미 새들이 다급하게 울어대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개입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이 활동 중인 청서는 젖이 많이 나와 있었다. 아마도 새끼를 낳아 기르느라 급하게 영양 보충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또 “청설모가 새끼 새를? 징그러워!”라고 하자, 그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너도 치킨 먹으면서 왜 그래. 쟤는 살려고 저러는 거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 만약 청서가 버섯을 먹고 있었다면, 사람들이 징그럽다고 했을까? 충격적이었을까?
인간들은 동물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어떤 동물은 귀엽고 어떤 동물은 징그럽고 어떤 동물은 순하고 어떤 동물은 난폭하고. 대체로 그들의 외형과 단편적인 행동으로 동물들을 너무 납작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나부터 반성하게 되었다. 어미 청서의 먹이 활동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짧게 기록만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나며 새끼 새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영상·글 긴수염/지구별 인간동물생명체
청설모가 새끼 새를 먹고 있다. 젖이 많이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새끼가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긴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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