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평창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올림픽기가 게양되고 있다. 공동취재단
네덜란드 평창올림픽 대표 선수가 기자회견에서 한국 개고기 문화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한 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선수와 네덜란드 선수단장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얀 블록하위선(29)은 22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 나라 개들을 잘 대해주길 바란다(Please treat dogs better in this country)”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한국 일부 사람들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겨냥한 말로 보이는 이 발언 뒤, 인터넷에서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주장과 개고기용 고기 사육을 중단해야 한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예룬 베일 네덜란드 선수단장은 22일 오전 강릉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네덜란드 선수들을 대신해 사과하러 왔다”며 “우리는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3주 동안 한국의 환대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일 단장은 “얀과도 얘기를 나눴다”며 “얀은 의도를 갖고 그런 얘기를 한 것이 아니라고 얘기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얀은 동물 애호가라서 그런 얘기를 했다고 했다”며 “그에게 옳은 일이 아니라고 말해줬다. 그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일 단장은 선수단 차원에서 얀을 징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사회에서 논의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얀 블록하위선도 이날 오전 트위터에 동물복지를 걱정하는 취지였다면서 “한국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한국과 한국 국민들을 모욕할 의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얀 블록하위선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과 메시지. 트위터 갈무리
평창올림픽이 개막하자 외국 언론을 중심으로 개고기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 뉴스매체인 ‘시엔엔’(CNN)의 랜디 케이 기자가 13일
‘올림픽의 그림자, 잔혹한 개고기 거래’ 기사를 통해 한국 개농장 현실을 알렸다. 지난 설 연휴 기간에는 한국 개농장에서 사육되던 개를 입양한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메건 두하멜(30) 선수의 사례가 여러 매체에 보도됐다. 반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채스 뉴키버든은
지난 15일 칼럼에서 시엔엔 등의 보도가 표피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개고기 비판에 거리를 뒀다. 그는 미국에서 매년 90억마리가 도살되는 닭과 93%의 돼지가 공장식농가에서 길러지는 영국 현실을 돌아보라며, 개고기 비판은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개고기 판매점. 동물자유연대 제공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육견단체와 동물단체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개농장주의 전업 지원 등을 포함한 개농장과 관련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2015년 8월 전국 만 19살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개고기를 먹는 것에 좋게 본다’고 응답한 비율은 37%였고, ‘좋게 보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44%로, 개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다.
연합뉴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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