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국립공원 반달가슴곰 야생적응 훈련장의 반달가슴곰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오는 4월에 남북 정상회담,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복잡하게 얽힌 남북관계를 정상회담 같은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실타래가 풀리듯 중요한 정책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접근할 것은 없을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곳곳에 있다. 남북이 한 민족임을 세계에 대놓고 알리듯, 평창 겨울올림픽 때 한반도기를 들고 나란히 함께 입장했고, 한 팀을 이뤄 경기도 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도 그랬고, 남북단일팀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일기예보 때 북쪽의 기상상황을 알려 남북이 한 민족이라는 의식이 확장된 지 오래됐다.
야생동물들에겐 휴전선이 없다
남북분단 이후 사람들 왕래는 금지됐지만, 동물들은 자유롭게 다녔다. 외국의 연구 결과지만 반달가슴곰의 활동범위는 최소 24㎞에서 최고 123㎞에 이른다. 상황에 따라 더 멀리까지 갈 수도 있다. 꽃사슴의 활동영역은 암컷이 76㏊, 수컷은 211㏊로 매우 넓다. 먹이가 넘쳐나는 봄에는 겨울보다 좁다. 비무장지대 언저리에 서식하는 놈들은 마음만 먹으면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남쪽이든지 북쪽이든지 왔다 갔다 할 정도다. 사향노루, 멧돼지랑 여러 멸종위기종도 자유롭게 이동했을 것이다.
야생방사 전에 여우가 야생적응 훈련장에서 적응을 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 제공
조류는 포유류보다 남북을 더 자유롭게 이동한다. 예로서 멸종위기 1급에 해당하는 두루미는 중국 산장평원 등에서 번식 후 생활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동시 중간 기착지인 북한 금야 등을 거쳐 철원평야로 온다. 더 추워지면 낙동강이나 순천만을 거쳐 일본 이즈미현까지 내려간다. 번식지로 돌아갈 때는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북한에 머무르다 철원평야로 이동할 때 어떤 간섭이나 방해 없이 자유롭다.
자기 집 다니듯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들락거리는 야생동물은 간섭할 수 없다. 하지만 외국에서 사람들이 들여오는 살아있는 동물이나 축산물은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 가축을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축산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법으로 정해있다. 해외여행 시 출입국 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하면 처벌받는다. 축산관계자가 해외여행에서 돌아올 때 검역과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하고 축산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현행 검역규정상 축산질병 발생국으로부터 반입되는 축산물은 검사 및 검역증명서가 있어야 수입할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축산물이건 살아있는 동물이건 외국에서 들어오는 것은 모두 해당된다. 그렇지만 국내 이동은 제안하지 않는다. 즉 구제역이 발생한 경상도에서 생산된 축산물을 서울은 물론 전국으로 유통 판매할 수 있다.
북한 반달곰, 지리산 복원 사업에 한 몫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생활할 주택을 짓느라 숲이 도시로 변했다. 증가한 인구의 식량을 대기 위해 동물이 생활할 서식지가 논과 밭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지구에서 사라지는 종이 하나둘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1950년대 중반부터 인구증가가 급격히 일어나면서부터 도시가 팽창되고, 자연환경이 파괴되어 생물다양성은 감소되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종도 수두룩하다.
보다 못한 관련기관에서 발벗고 나섰다. 야생에서 반달가슴곰이 멸종된 것으로 판단하고 2002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종복원기술원을 설립해 2004년 러시아에서 곰 6마리를 도입해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팔을 걷어붙인 서울대공원도 여우 복원에 필요한 원종을 중국에서 도입 후 증식시켰다. 이들이 번식한 후손 한 쌍을 2011년 소백산 여우복원센터에 보냈다. 종복원기술원에서도 중국에서 여우를 도입해 번식시키고 있다.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가 이 여우들이다. 도입하기 전에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방사 가능 여부를 확인했지만, 두 기관 모두 북한이 아닌 중국에서 도입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리모델링 중인 2014년 평양 중앙동물원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 멸종위기종을 도입한 적도 있었다. 서울동물원은 2005년 4월14일 평양 중앙동물원에서 반달가슴곰을 도입해서 지리산 종복원기술원으로 보냈다. 이 놈들도 우리나라 반달가슴곰의 대가 끊이지 않게 한몫 했다. 2015년에도 북한중앙동물원과 동물교류를 시도한 바 있다. 불씨를 붙여 놨는데, 나중에 보니 성사되지 않았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여러 측면에서 아쉬운 일이다.
국내에서 멸종된 대륙사슴을 복원하려고 몇 기관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륙사슴 원종을 구할 수 없어서다. 대륙사슴이 우제류라 구제역 발병 국가에서는 도입이 금지되어 있어 이웃 국가에서 도입이 불가능하다. 국내 동물원에 단 한 마리도 없다. 결국 복원이 불가능하며 야생에서 뛰어노는 놈들을 영원히 볼 수 없을 상황에 처했다. 다행히 북한에서 도입은 가능하다. 하지만 허가를 내주는 기관에서는 난색을 표할 것이다. 검역을 통과한 개체는 도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평창 겨울올림픽 때 남북이 함께 들고 입장했던 한반도기가 무색하다.
예로부터 국가끼리 화친을 위해 동물을 교환하거나 기증하기도 했다.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2011년 러시아는 순수혈통인 시베리아호랑이 한 쌍을 보냈다. 2010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아시아코끼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사연을 듣고 스리랑카에서 왕 이름을 따 지은 ‘가자바’라는 수컷과 왕비 이름을 따 지은 ‘스겔라’라는 암컷 코끼리를 보내줬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대한 기대
지난해 환경부에서 현상금을 내걸고 멸종된 소똥구리를 찾는다는 기사를 봤다. 우스갯소리 기사지만 국내에서 구할 길이 없어 현상금을 걸 만큼 절실하다는 얘기다. 조만간 경상북도 영양군에 국립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멸종위기 동·식물 도입이 급선무다. 우선 북한에서 도입할 수 있는 종들은 도입할 수 있게 숨통을 열어주면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무엇보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국내 멸종위기종 복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계획이니,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 아울러 멸종위기종 보전업무를 수행하고, 복원을 추진하는 여러 기관에서도 분명히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서로 같은 일을 하는 남북한 사람들이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동질감도 느끼며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곧 개최될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처럼 말이다. 이런 일들이 많아지면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발판이 될 것으로 믿는다. 작은 일이지만 바텀-업(botom-up) 방식으로 이런 일들이 하나하나 모이면 남북관계가 조금씩 개선되지 않을까?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