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수컷 황새, 1971년 박용운씨가 찍었다.
마지막으로 야생에서 번식하던 황새 부부가 박제가 되어 다시 만났다. 47년 만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한국 최후의 야생 번식 황새 한 쌍’의 표본(박제)을 공개하고 이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특별전을 연다고 23일 밝혔다. 또 24일에는 황새생태연구원, 예산황새공원 등 관련 기관과 함께 하는 개막 행사와 특별강연이 열린다고 알렸다.
어떤 사연을 간직한 부부이길래 박제로까지 남겼을까.
한국에 사는 황새는 겨울 철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 동북 지역과 러시아 아무르강 우수리강 유역의 습지대에서 번식하며 일부는 한국과 일본에서 월동을 한다. 거의 매년 10여 마리의 황새가 월동을 위해 러시아나 중국에서 남하해 한국을 찾아온다.
생전의 암컷 황새. 1982년 원병오씨가 찍었다.
생전의 수컷 황새, 1971년 박용운씨가 찍었다.
그런데 텃새처럼 한국에서 사계절을 보내는 황새도 있었다. 박제되어 공개된 이 부부는, 1971년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텃새인 황새 부부이다.
비극은 1971년 4월 이 부부가 한 신문에 소개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충청북도 음성 생극리에서 황새가 번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런데 불과 3일 만에 수컷 황새가 밀렵꾼이 쏜 총을 맞아 죽었다. 이때 알도 도둑맞았다. 기현정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 사무관은 “밀렵꾼은 구속됐다. 발생부터 끝까지 사회적 이슈였던 사건이었다”라고 전했다.
홀로 남겨진 암컷 황새는 한동안 무정란만 낳았다고 한다. 농약 중독까지 됐고 1983년 당시 창경원 동물원(서울동물원의 전신)으로 옮겨졌지만 번식을 하지 못한 채 1994년에 죽었다.
부부는 박제가 되어 각자 다른 곳에 머물렀다. 1971년 죽은 수컷은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 있었다. 1994년에 죽은 암컷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보관해왔다. 이번 전시로 47년 만에 한 공간에 있게 됐다.
충청남도 예산군 광시면 시목리의 인공둥지 안에서 번식 중인 황새. 2017년에 찍었다.
전시는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 기획전시실에서 이달 24일부터 9월30일까지 볼 수 있다. 또 1971년부터 1994년까지 23년 동안 황새 부부의 이야기를 기록한 동아일보 기사도 전시했다. 부부의 사연과 당시 시대상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황새의 생태, 문화적 의미, 황새 야생복귀 프로젝트 등 황새와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산황새공원 둥지에서 번식 중인 황새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도 볼 수 있다. 한국교원대학교와 예산군에서는 1996년 이후 러시아, 독일, 일본 등에서 황새 38마리를 수입해 2014년 기준 황새 150여마리 증식에 성공했다. 일부 개체는 야생 방사하고 있다.
글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