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탐험
돌고래쇼 하다가 제주 바다 돌아간 제돌이
돌고래 한 마리가 한국사회 태도 바꾸었다
돌고래쇼 하다가 제주 바다 돌아간 제돌이
돌고래 한 마리가 한국사회 태도 바꾸었다
딱 5년 전 오늘 2018년 7월18일, 서울동물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가 고향 바다로 돌아갔다. 야생방사 직후 김녕항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선진국도 못한 일을 해냈다 수차례 거듭된 제돌이 방류 시민위원회 회의에서 ‘불법포획 된 돌고래’를 제주도로 돌려보내자는 공통된 생각이 모였다. 불법포획된 아이들이라 법적 절차를 밟아 압수해서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자는 얘기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던 일에 동물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에서 제돌이를 고향으로 보내자는 불씨를 붙였다. 생명다양성재단,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시민위원회, 현대그린푸드, 아시아나항공 등의 역할이 컸다. 도움이 없었더라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촛불집회 못지않은 시민의 힘이었다.
2012년 2월 서울동물원 해양관에서 돌고래쇼를 하고 있는 제돌이. 강재훈 선임기자
쇼를 마치고 수족관 내실에 들어와 쉬고 있는 제돌이. 강재훈 선임기자
동물을 보는 패러다임의 전환 제돌이 방류를 정치적 이슈로 여겨 흠집을 내기도 했었다. 방류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그 돈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몇 명을 돌볼 수 있다며 발목도 잡았다.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제돌이 방류 예산보다 몇십 배의 효과가 나타났다. 올해 봄에 문화인류학자인 브래들리 타타르(Bradley Tatar) 울산과학 기술원 교수가 학생과 함께 국제 사회학회지 ‘연안 관리’에 논문 ‘돌고래 방류의 사회적 파급효과’를 써서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이 논문에서 ‘돌고래 방류 이후 시민사회의 생태계 보호 운동은 예전보다 활발해졌다’며 예를 들어 밝혔다. 말하자면 생물다양성에 눈을 돌리게 했다. ‘그깟 동물과 식물 몇 종쯤 사라져봤자 별일 있겠어?’ 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도 생명 존중과 자연보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합성할 수 없어서 자연에서 얻는다. 음식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의약품은 다양한 동식물과 광물에서 얻는다. 3000여종에 달하는 항생제도 미생물에서 왔다. 좀 이기적이지만 생물다양성은 인간을 이롭게 한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다른 종이 인간에게 어떤 이득을 줄지 아무도 모른다. 작고 하찮은 종일지라도 허투루 대할 수 없다. 인간과 공존해야 한다. 다른 종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돌이 덕분이다. _____
바다에서 돌고래를 보자 최근에 생명다양성재단에서는 ‘동물축제 반대축제’라는 축제도 열었다. 돌이켜 보면 동물축제랍시고 동물을 잡아 죽이고 먹는 일이 축제였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호주 여행에서 돌고래 투어를 다녀온 적 있다. 배 타고 돌고래들이 많이 노는 곳에 가서 멀찌감치 떨어져 보는 정도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너무 좋아한다. 어쩌다 점프라도 하면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우리나라 돌고래쇼장에서 봤던 것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야생 돌고래에게 먹이 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정해진 시간에 한정된 관람객만 참여할 수 있다. 정해진 먹이만 줘 배가 부르지 않게 하려는 운영지침이다. 배고픈 만큼 스스로 잡아먹게 해서 사냥할 능력을 잃지 않게 하려는 계산이 깔렸다. 다른 것은 흉내를 잘 내면서 우린 왜 이런 것은 본받지 못할까?
2013년 7월18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가두리에서 방사된 제돌이가 헤엄치고 있다. 등지느러미에 새겨진 1버 표식이 선명하다. 강재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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