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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이 동물들을 미래에도 볼 수 있게 하려면…

등록 2018-10-03 13:29수정 2018-10-04 13:45

[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탐험
체험이란 이름의 괴롭힘, 사람도 동물도 위험한 동물원
폐쇄를 말하기 전에 동물원답지 않은 곳부터 퇴출시켜야

북극곰. 클립아트코리아
북극곰. 클립아트코리아
최근에 지방 한 동물원에서 우리를 벗어난 퓨마가 사살된 적 있다. 사살하자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분노가 끓어올라 급기야 ‘동물복지, 동물원 폐쇄’까지 들고 나서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많은 국민이 관심을 보였다. 그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쏙 들어갔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조금씩 개선될까?

몇 년 전부터 실내 동물원(체험형 동물원)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일본에서 유행된 걸 우리나라에 도입한 사업이다. 일본에서 쇼핑센터 한 층에 만든 동물원이 인기를 끌자 곳곳에 만들어 성황을 이뤘다. 결국 우리나라에까지 왔다. 어린 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이 쇼핑하면서 동물원을 보는 식이다. 부모 중 한 명은 쇼핑하고 한 명은 아이와 함께 동물원 둘러본다. 아이 혼자 동물원에 보내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도 한다. 한편에서는 자녀랑 부모에게 만족할 만한 코스라며 얘기한다. 아이들 교육에 좋을까? 돌이켜 보면 어릴 때 겪었던 경험이 중요하다.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동물원을 찾는 이유

부모는 아이들이 어릴 때 온갖 경험을 하게 한다. 여행을 가거나 체험 행사에 참여하게 하고, 미술, 음악, 운동, 로봇, 컴퓨터프로그램 등 학원에도 다니게 한다. 아이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어느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런 게 부모의 역할이며 아이가 살아 갈 방향을 찾는 과정으로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동물원도 마찬가지다. 동물원의 주 고객은 어린아이와 그 부모다. 아이에게 특이한 것 알려주고 싶고, 책에서 봤던 것 눈으로 직접 보여주려는 마음에서 동물원을 찾는다. 원래는 자연을 보호하고 훼손하지 않아야 미래에도 이런 멋진 동물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자녀가 잘되길 바란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이게 동물원을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하마. 클립아트코리아
하마. 클립아트코리아
어릴 때 동물원에 와서 받은 느낌으로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자녀가 커서 세계적으로 훌륭한 보전생물학자가 될지, 제인구달처럼 훌륭한 일을 할지도 모른다. 설령 동물 관련 직업이 아니어도 커서 자기 직업에서 펼쳐내는 깊이와 넓이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걸 안다면 자녀를 아무 동물원에나 데리고 갈 간 큰 부모가 있을까?

사람과 친한 동물은 동물원에 있는 야생동물이 아니라 가축과 반려동물이다. 가축은 수천 년 전부터 사람 손에 커서 사람과 접촉해도 야생동물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그럴지라도 수많은 사람이 가축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게 하면 안 된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예로서 아이들이 토끼를 온종일 만지게 해 놓으면 그 다음 날 어김없이 한두 마리는 죽는다. 사람이 살살 만져도 토끼 입장에선 종일 압박당하는 것과 같아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데도 자기 자녀에게 동물을 만지게 하고 싶을까? 동물원은 자녀에게 생명사랑과 더 나아가 타인 존중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말하자면 좋은 인성이 싹트게도 한다.

동물원의 적자, 미래를 위한 비용

최근에 사살된 퓨마 이름은 ‘뽀롱이’다. 뽀롱이는 탈출한 게 아니다. 탈출이란 억지로 울타리를 타고 넘거나 굴을 파 도망간 것을 말한다. 뽀롱이는 열어 놓은 문으로 잠시 나왔을 뿐인데 사살됐다. 포획 과정에서 성급함이 불러온 참사다. 마취해서 잡을 수 있었는데 ‘시민 안전’이란 관점이 앞섰던 결정이었을 듯싶다. 이해가 되며 당연히 시민 안전이 우선이어야 하나 한 번 더 깊게 생각했더라면 살릴 수 있던 생명이었다.

동물원의 주 고객은 어린아이와 그 부모다. 자연을 보호하고 훼손하지 않아야 미래에도 이런 멋진 동물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자녀가 잘되길 바란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이게 동물원을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클립아트코리아
동물원의 주 고객은 어린아이와 그 부모다. 자연을 보호하고 훼손하지 않아야 미래에도 이런 멋진 동물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자녀가 잘되길 바란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이게 동물원을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클립아트코리아
동물은 늘 다니던 길로 다니고, 처음으로 간 곳은 익숙하지 않아 냄새를 따라 자기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오게 돼 있다. 이때 마취 총을 쐈더라면 살렸다. 동물원에는 아예 총이 없거니와 총을 쏠 권한도 없다. 출동해 진압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급했는지 이걸 몰랐다. 한편으론 우리가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심도 된다. 뽀롱이의 죽음을 계기로 사람들이 다른 생명체의 중요성과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

국가(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은 적자다. 많은 국민이 이용하게 해야 하니 이윤을 남기는 운영방침을 세워선 안 되는 곳이다. 동물원답게 운영하는 민간 동물원도 적자를 봐 망할 판국에 놓인 곳도 있다. 동물원은 자연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주는 곳이다. 동물원에 놀러 간 사람들은 쉬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 알게 모르게 자연보호, 동물보호를 배운다. 동물원이 현재 떠안고 있는 적자는 자연이 망가진 후 회복하는데 쓸 사회적 비용에 비해 새발의 피 만큼 적다. 동물원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포석이다.

홍학. 클립아트코리아
홍학. 클립아트코리아
우리가 알고 있는 넓은 동물원은 많이 걸어야 동물을 볼 수 있고, 다리도 아프고 매우 불편하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야생동물이다. 야생동물에게 동물복지를 고려해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주느라 좀 넓게 해 놔서 그렇다. 만질 수 없게 해 놨다. 동물도 고통스럽고, 만지다 물릴 수 있고 위생적이지 않아서다.

어떤 동물원에 갈 것인가

뽀롱이 죽음으로 많은 사람이 한목소리로 체험형 동물원 폐쇄와 동물복지를 외쳤다. 그러면서 자녀를 데리고 동물을 만지게 하거나 코앞에서 볼 수 있게 해 놓은 체험형 동물원에 가기도 한다. 자녀에게 도움이 될까? 동물원이란 이름을 내걸었어도 다 동물원이 아니다. 동물원답지 않은 동물원은 동물원답게 변해야 한다. 동물원다운 동물원도 시민, 동물원 직원과 동물의 안전을 위한 장치가 안 됐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자녀를 어느 동물원으로 데리고 가야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잠시만 생각해도 금세 답이 나온다. 관람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변하게 돼 있다. 작은 실천이 동물원을 변하게 할 것이다.

전 서울동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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