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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노쇼’가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에 미치는 영향

등록 2018-11-11 13:35수정 2019-01-16 11:06

[애니멀피플] 이병우의 새 보기 좋은 날
공짜 생태관광에 ‘노쇼’하는 예약자들
참석자 사라지면 행사 방향 잃고 혼란
착한 생산과 건전한 소비가 만나려면…
잘 준비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공급하고 그들에게 받은 정당한 비용을 다음 프로그램에 재투자하는 것, 이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것이 지속 가능성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잘 준비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공급하고 그들에게 받은 정당한 비용을 다음 프로그램에 재투자하는 것, 이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것이 지속 가능성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십수년 전 탐조에 입문할 즈음 탐조 관광은 물론 프로그램도 별로 없었다. 어쩌다 환경 단체나 철새도래지 이벤트성 탐조 프로그램이 있으면 놓칠 수 없는 기회로 여기고 참가해 새를 보고 배웠다. 생태 관광을 업으로 하면서 이런 프로그램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는데, 주최자의 목적과 참가자의 의도가 합치되는 경우가 기대보다 많지는 않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특히 이런 프로그램들은 공짜이거나 매우 저가로 공급되면서 ‘노쇼’(No Show,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것) 또는 모객 실패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지방의 유명 철새 도래지에서 거주 외국인 15명을 초대하는 특별 탐조 이벤트를 마련했다. 개인적으로 거주 외국 탐조인과의 교류 모임을 하고 있는데, 그들과 함께 와달라는 초대를 받아서 4명의 외국인과 함께 참여했다. 그리고 또 다른 단체를 통해 탐조인이 아닌 일반 외국인 참가자를 모집했다.

한 시각장애인이 두루미 모형을 만지며 두루미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한 시각장애인이 두루미 모형을 만지며 두루미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그런데 막판에 8명이 무더기 취소를 했다. 결국 총 7명의 외국인이 참여했고 남은 인원은 내국인으로 채워졌다. 취지와는 상당히 다른 모양새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주최 단체는 좋은 여정과 매우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8명의 혜택을 빼앗아간 무례한 참가자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질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공짜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쉽게 신청하고, 막판에 쉽게 취소하는 이런 문제를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또 하나의 사례를 들어 보자. 우리나라에서 생태 관광과 생태 교육은 현장에서 큰 구별이 없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여름 모 공공기관에서 숲에서 새를 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총 4회를 계획하고 매회 10~20명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실제로는 총 2회에 전체 10여명이 참가하는데 그쳤다. 절반밖에 실행이 안 된 것도 문제이고 실행이 된 두 번의 일정에도 절반이 넘는 인원이 전날 또는 당일 취소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김이 샐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강사를 초빙한 담당자는 난처함에 지인들을 수소문해 빈 자리를 채웠다. 결국 최대 80명이 탐조 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10여명을 제외하고 사라져버렸다.

경기도 파주 삼릉에서 진행된 시각 장애인 탐조 프로그램. 이날은 산새소리 듣기를 진행했다.
경기도 파주 삼릉에서 진행된 시각 장애인 탐조 프로그램. 이날은 산새소리 듣기를 진행했다.
무상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항상 잘 진행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한결이 후원하고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숲소리 탐조 프로그램’은 기획부터 모집, 운영까지 매우 치밀하게 준비하고, 모집 대상을 구체적으로 계획했다. 그 결과 참여율은 항상 90%를 넘고 참여자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예산 내에서, 한정적인 회수의 프로그램만 제공되다 보니 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참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구조이다. 올해 참가했던 시각장애인에게 프로그램을 유료화한다면 참여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의 대답은 예상 외로 단호했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얼마든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며 더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좋은 프로그램은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공짜라고 해서 많이 오는 것이 아니고 유료하고 해서 올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잘 준비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공급하고 그들에게 받은 정당한 비용을 다음 프로그램에 재투자하는 것, 이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것이 지속 가능성이다.

생태 관광은 공공 서비스가 아니다 생태 관광은 매우 착한 생산 활동과 건전한 소비 활동이 만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공짜로 한 번 제공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 값을 받고 항상 먹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맞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명료하다.

글·사진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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