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우석영의 동물+지구 미술관
2. 다케우치 세이호, 아서 테이트 그리고 곰
2. 다케우치 세이호, 아서 테이트 그리고 곰
눈 속의 곰. 다케우치 세이호
일촉즉발-곰 사냥, 초겨울. 아서 테이트
‘개체 수’ 복원을 넘어 곰(큰곰, 아시아흑곰)은 캄차카 반도의 아래쪽, 오오츠크해의 건너편, 우리 민족이 살아온 이곳에도 오래 서식했던 동물이다. 무엇보다도 곰은 고조선의 동물이었다. 한국인들은 누구라도 웅녀(熊女)의 후손들이 아니던가. 환웅이라는 남자와 곰으로 태어났지만 여자가 된 웅녀. 이들이 우리들의 조부모가 아니던가. 그러나 토템으로 곰을 모셨던 그 민족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잔혹하게 곰을 착취하고 있는 민족이 되어버렸다. 한국은 웅담(곰쓸개/쓸개즙) 채취를 위한 곰 사육이 합법화된 지구상의 단 두개국 중 하나인 것이다.(다른 하나는 중국이다) 다행히, 이곳에서도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8년 12월 녹색연합은 사육되던 반달가슴곰 세 마리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온라인 모금을 통해 이들을 매입해 동물원으로 옮긴 것이다. 한편,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는 2004년 이래 반달가슴곰을 야생(지리산)에 돌려보내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2018년 5월 기준 지리산에 53마리가, 지리산 바깥에 3마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땅에도 빛줄기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출발에 불과하다. 복원되어야 하는 건 단지 멸종위기 생물종이나 그들의 서식지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림 대 원시림의 비율이 거의 100 대 0에 가까운 땅에는, 원시림이,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땅이 조금이라도 복원되어야 한다. 복원되어야 하는 것은 어떤 심성이기도 하다. 곰의 힘, 곰의 영혼, 곰의 영력(靈力)을 어려워하며 존중했던, 고조선을 세웠던 이들, 바로 우리 선조들의 심성 말이다. 우석영 <동물 미술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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