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양식한 황복. 황복 특유의 맛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류원 제공.
진달래꽃 필 무렵 임진강 등 서해 강하구에는 서해에서 살을 찌운 황복이 알을 낳으러 몰려온다. 참복이 한·중·일 모두에 서식하는데 견줘, 같은 참복과 어류이면서도 황복은 한국과 중국에서만 볼 수 있고 훨씬 값진 물고기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맛이 좋기 때문이다.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황복 요리를 두고 ‘죽음과도 바꿀 맛’이라고 칭찬한 것은 유명하다. 그는 아마도 황복의 내장과 피부에 든 치명적 신경독을 떠올렸을 것이다.
무엇이 황복의 맛을 극찬하도록 할까. 그 맛의 본질을 이루는 물질을 찾아낸다면 손쉽게 대체물이나 ‘황복 맛 조미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중국과 영국 화학자들이 황복 맛 분석에 나섰다.
황복 맛의 핵심 성분 규명 과정. 농축액(왼쪽)의 핵심 성분을 맛 감정사의 혀를 통한 정성분석과 화학적 정량분석을 통해 찾아냈다. 류원 제공
연구자들은 황복의 살을 물에 넣고 3시간 끓인 뒤 거름막에 걸러 농축액으로 만들었다. 황복의 근육에는 독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 연구자들이 농축액을 정량분석한 결과 맛을 내는 28가지 화합물을 찾아냈다. 여기에는 아미노산, 핵산, 무기이온 등이 들어있다.
이번에는 맛을 평가하는 사람들을 동원해 특정 성분을 빼거나 더하는 시험을 거듭하면서 무슨 성분이 황복 특유의 맛을 내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글루탐산, 세린, 프롤린, 아르지닌, 라이신 등 모두 12가지 성분으로 압축됐다.
연구자들은 이 핵심물질에 추가로 맛을 내는 펩타이드 2종을 넣었더니 황복 특유의 감칠맛(우마미)과 깊은맛(코쿠미)이 나왔다고 밝혔다. 화학적 대체물질을 이용해 황복 맛을 내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감칠맛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에 더해 다섯 번째 기본 맛 가운데 하나로 합성조미료 엠에스지(MSG)의 글루탐산이 내는 맛이다. 깊은맛은 최근 제6의 기본 맛 후보로 떠오른 맛으로, 가리비, 양파, 마늘, 효모를 오래 우려냈을 때 나오는 묵직하고도 진한 맛을 가리킨다. 감칠맛과 달리 혀에서 관련 수용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감칠맛의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농업 및 식품 화학 저널’ 3일 치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inglong Zhang, Sensory-Guided Analysis of Key Taste-Active Compounds in Pufferfish(
Takifugu obscurus),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DOI: 10.1021/acs.jafc.8b06047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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