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이용해 폐암 환자의 혈액에서 나는 암세포의 냄새를 97%의 정확도로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가 올해 4월 ‘실험 생물학’에 실렸다. BIOSCENTDX 제공.
흔히 개는 사람보다 1만배 더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한다. 개는 올림픽 수영장 20개를 채울 물에 액체 한 방울을 떨어뜨려도 감지한다. 측정장치로 오염물질의 농도는 100만 분의 1(ppm), 극미량 물질은 10억분의 1(ppb)까지 검출한다. 개는 첨단장치보다 1000배 정밀한 1조분의 1(ppt)까지 맡는다.
개의 이런 탁월한 능력을 마약과 폭발물 단속, 실종자 수색에만 쓰는 건 아니다. 최근 크로아티아에서는 독일 셰퍼드를 이용해 6기의 3000년 전 철기시대 고고학 유적을 찾아냈다. 바다 위로 떠오른 고래의 배설물을 찾아내거나, 배설물을 통해 희귀한 멸종위기 도마뱀의 서식 실태를 조사하는 등 생태연구에도 기여한다.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도 이 능력이 주목된다. 이미 혁혁한 공을 세우는 분야가 당뇨병 환자에 대한 경고이다. 훈련받은 개는 주인이 내쉬는 숨의 냄새 변화를 통해 주인의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개가 발로 툭툭 쳐 위험을 알리면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분야는 암 감지이다. 2004년 영국 과학자 클레어 게스트 박사 팀이 개가 방광암에 걸린 환자를 가려낼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하다. 개는 암에 걸린 사람의 날숨은 물론 대변, 소변, 혈액, 조직 등에서 방출되는 미량의 휘발성 화학물질을 감지할 수 있다. 대장암,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 난소암 등을 앓는 사람도 개가 놀라운 정확도로 가려낸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첨단 분석장치를 쓰면 암 환자에서 방출되는 미량 물질을 검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큰 장치는 실험실에 고정돼 있고, 실시간으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 추적할 수도 없다. 이 모든 일을 개는 더 민감하고 신속하며 융통성 있게 해낸다.
문제는 개가 어떤 물질을 감지하는지 아직 잘 모른다는 점이다. 또 앞서 연구들도 충분히 재현되는 것도 아니다. 게스트 박사가 설립한 자선단체인 ‘의학 감지견’은 누리집에서 “개를 이용해 빠르고 정확하며 수술 없이 암을 초기에 진단하는 문턱에 와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어떤 암세포에서 어떤 화학물질이 방출되는지 밝혀진다면, 개 대신 센서나 ‘전자 코’가 그 일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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