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우석영의 동물+지구 미술관
22. 이누이트 세드나 조각상, 바다 동물, 바다
22. 이누이트 세드나 조각상, 바다 동물, 바다

환경단체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과 함께 한 과학자들의 한 연구는 21세기의 유령인 ‘태평양 플라스틱 섬’의 최소 46%가 어업 장비들(그물, 양동이, 로프 등)임을 확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바다는 무한하지 않다 바다 동물들로서는 어업 장비가 연승어업의 어망 못지않은 지옥의 사자인데, 이것에 걸려들면 곧바로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걸려든 이들은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천천히 죽어가거나, 입안에 낀 장비 탓에 먹을 수가 없어 서서히 굶어 죽어간다. 사람은 누구라도 죽음을 두려워하는지 어찌한 지는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지속하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장시간 고통과 공포에 시달리며 죽어간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그토록 회피하려 노심초사하는 것이 아닌가.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는 공자님 말씀은, 인간사회 바깥으로 (적어도 고통을 느끼는 모든 뭇 목숨까지) 확대되어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자원의 신화’와 ‘무한의 신화’가 무너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바다는 무한하지 않으며, 이른바 ‘자원 매장소’는 행동의 주체이기도 해서 우리의 삶과 긴밀히 이어져 있다는 진리를 우리는 최근에서야 실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바다에도 권리가 있다 자연 또는 지구의 법적 권리에 대한 이야기는 2010년을 전후하여 퍼지기 시작했지만, 바다의 법적 권리에 관해서는 겨우 몇 년 전에서야 논의가 활발해졌다. 일례로 지구법 센터(Earth Law Center)는 2017년 세계 수준에서 바다의 권리를 진전시키는 새 기획을 시작했는데, 현재 생물 종, 지역의 바다(예컨대 태평양), 각국의 영해가 아닌 전체 바다(High Seas)의 법적 권리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바다에 관한 새로운 신화는 어떤가? 그런 게 꼭 필요한 걸까? 지구의 북쪽 끝에서 살아가는 이누이트(Innuit) 민족의 신화는 우리에게 어떤 영감을 준다. 전하자면 이러하다. 지상만물을 만든 조물주 안구타(Anguta)가 딸을 낳았다. 이름을 세드나(Sedna) 또는 타카날룩(Takannaaluk)이라 하였다. 무슨 까닭인지, 어느 날 세드나는 제 부모를 죽이려 한다. 이를 알아챈 안구타는 격분하여 세드나를 바다로 끌고 간다. 안구타는 타고 있던 카약 바깥으로 그녀를 밀어버리지만, 세드나는 기어코 카약의 옆면을 붙잡고 버틴다. 마지못해 안구타는 그녀의 손가락을 잘라내 그녀를 떨쳐 버린다. 이렇게 하여 세드나는 저 ‘아래 세상’의 지배자가 되고, 잘린 손가락은 고래, 물범, 바다코끼리들이 되어 이누이트 족의 사냥감이 된다…….

세드나 조각상,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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