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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산악열차 막으려 나왔을까…지리산 형제봉의 반달곰 한쌍

등록 2020-12-17 10:02수정 2020-12-17 21:29

[애니멀피플] 기고/산악열차 예정지서 반달곰 2마리 포착
경남 하동군이 산악열차, 관광호텔 등의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리산 형제봉 인근에서 반달가슴곰이 지난 7월 무인센서 카메라에 포착됐다. 반달곰친구들 제공
경남 하동군이 산악열차, 관광호텔 등의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리산 형제봉 인근에서 반달가슴곰이 지난 7월 무인센서 카메라에 포착됐다. 반달곰친구들 제공

단군신화의 주인공인 반달가슴곰, 오래전 반달곰의 눈을 보고 그만 반해버렸다. 깊고 맑고 투명한, 자연의 신비를 담은 그 눈.

지금은 천연기념물 제329호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협약(CITES) 부속서Ⅰ등급,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Red List) 취약종 등으로 불린다. 그들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저 ‘몸속에 값비싼 웅담을 지닌 보신용’ 동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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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들을 죽였기 때문에…

국내 자료에 의하면, 1950년대 이전에는 위험한 야생동물이라고 하여 한반도에서 포획된 반달가슴곰이 1300마리에 달한다. 1950년 이후에도 한국전쟁, 산업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웅담 채취 등으로 1970년까지 사라진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서만 약 200마리다. 다시 세월이 흘러 1982년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반달가슴곰은 여전히 돈 되는 불법 밀렵의 대상이었다.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곰 가족. 국립공원공단 제공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곰 가족. 국립공원공단 제공

반달가슴곰을 원하는 사람들, 그들은 40~60g 나가는 ‘곰의 간’을 탐한다. 단지 동물의 간이 보신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총, 함정, 올무, 덫 등 온갖 살상용 도구를 이용하여 죽이는 존재가 이 지구상에 ‘인간’ 말고 또 있을까.

한반도 남쪽에서 그렇게 사라지던 반달가슴곰을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한 건, 한 방송국에서 설치한 ‘무인센터 카메라’에 야생 반달가슴곰이 찍히면서였다. 2000년도의 일이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혹자는 말한다. ‘여기에 살지도 않던 동물을 왜 다른 나라에서 데려다가 풀어놓느냐’고.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여기 살던 반달가슴곰들을 죽였기 때문이다. 10마리도 아니고, 100마리도 아니고, 적어도 1000마리 이상을 우리가 죽였고, 그래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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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때마다 경종 울린 반달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반달가슴곰을 입으로는 ‘민족의 어머니’라 말하면서도 그 웅담을 얻기 위해 살상해온 우리의 역사, 그 역사에 대한 반성이자, 추악하고 잔인해진 인간성의 회복을 촉구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복원사업을 통해 간신히 명맥을 이어온 반달곰들을 위협하는 불법 밀렵, 서식지 난개발 등의 문제는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18년 6월 올무에 걸려 백운산 골짜기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KM-55.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제공
2018년 6월 올무에 걸려 백운산 골짜기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KM-55.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제공

우리는 그때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미약한 힘에 절망하곤 했다. 한편 우리가 절망하는 순간마다 힘을 준 것 또한 반달가슴곰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마다 반달곰은 우리 눈앞에 나타나 사회에 경종을 울려 주었다.

2018년 반달가슴곰 KM-55(이하 KM-55, K는 한국 M은 수컷을 뜻한다. 한국에서 55번째로 확인한 수컷 반달곰이라는 뜻이 담겼다)는 올무, 덫 등 잔인한 수렵도구 금지와 수거에 미온적이던 인간 사회를 향해 외쳤다. 불법 수렵도구를 없애달라고. KM-55는 백운산 골짜기에서 올무에 걸려 죽은 참혹한 모습을 통해 그렇게 절규했다. 환경부는 그 사건을 계기로 법을 개정하여 모든 올무와 덫을 불법화했다.

2018년 지리산에서 100km나 떨어진 수도산에서 KM-53이 발견되었을 때, 한 야생동물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 곰은 일반적인 곰과는 다른 완전 ‘또라이’ 곰이라고. 잡아들이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아니면 계속 사고만 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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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형제봉은 우리의 서식지’

논란과 논쟁의 그 순간,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에서 설치한 카메라에 반달가슴곰이 찍혔다. 이 곰은 나중에 KM-86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KM-86은 우리 반달가슴곰들은 ‘또라이’가 아니다. 단지 배우자를 찾아, 먹이를 찾아, 다른 삶의 터전을 향해 떠난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2019년 삼봉산에 설치한 카메라에 찍힌 KM-86. 반달곰친구들 제공
2019년 삼봉산에 설치한 카메라에 찍힌 KM-86. 반달곰친구들 제공

그리고 16일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투쟁에 지쳐 있던 우리에게 또다시 흥분되는 소식이 날아왔다.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최단거리로 413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생태조사단이 설치한 카메라에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찍힌 것이다.

영상분석결과에 의하면, 반달가슴곰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KM-61로 복원사업을 통해 지리산에서 출생한 수컷이었다. 다른 한 마리는 발신기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리산에 원래 살던 야생 반달가슴곰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난 7월 지리산 형제봉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포착된 반달가슴곰. 귀에 위치추적 장치를 확인한 결과 KM-61이었다. 반달곰친구들 제공
지난 7월 지리산 형제봉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포착된 반달가슴곰. 귀에 위치추적 장치를 확인한 결과 KM-61이었다. 반달곰친구들 제공

지리산 형제봉에 산악열차, 모노레일,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사람들은 이곳이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가 아니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사진 속에 등장한 이 한 쌍의 반달가슴곰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거짓말 하지 마라. 지리산 형제봉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짝짓기를 하고, 겨울잠을 자고, 새끼를 낳아 기른다. 그러니 제발 이곳은 빼앗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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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도 물러선 사업…하동군의 무모한 추진

이제 우리는 반달가슴곰의 메시지를 받아 관계 당국에 다시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리산 형제봉 개발을 추진하고 그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 국립공원,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동식물, 보호지역과 관련한 법과 제도, 정책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는 지리산 산악열차를 ‘한걸음 모델’에 선정한 지 6개월 만에 해당 사업이 상생조정기구에서 최종 폐기되었음을 공식 발표했다. 지리산 형제봉이 반달곰의 주서식지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020년 반달가슴곰 한 쌍이 포착된 카메라 설치지점과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
2020년 반달가슴곰 한 쌍이 포착된 카메라 설치지점과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

폐기는 놀랍지 않았다. 다만 화가 났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며 한걸음 모델 회의를 시작한 그날부터 멈추라고, 줄기차게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6개월을 끌면서 지역사회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마무리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어떠한 결론도 내지 못한 채 한걸음 모델 합의 실패를 내놓았지만, 하동군은 여전히 곰에게 피해가 없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모한 일이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핵심은 반달가슴곰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서식지를 보호하고 넓혀 나가는 일이다. 그러나 정작 20년 전 복원사업을 시작한 정부는 대기업의 이해와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이미 반달곰이 자리 잡고 살아가는 땅을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반달가슴곰 서식지를 파괴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그러한 행태는 인간의 몸에 좋다는 이유로 반달곰의 웅담을 끄집어내던 추악한 탐욕의 행위를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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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 오늘을 살 수 있도록…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누가 봐도 지리산 산악열차가 불가능함을 알 수 있도록 더 확실하게 말하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에 행정력을 낭비하고, 용역비를 쓰고, 주민들을 선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인 윤주옥 반달곰친구들 이사. 반달곰친구들 제공
지난달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인 윤주옥 반달곰친구들 이사. 반달곰친구들 제공

보호지역 멸종위기종과 함께 살아야 하는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대규모 난개발이 아닌 지속가능한 발전을 꾸도록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지리산 지도를 펼친다. 구상나무가 보이고, 겨울잠을 준비하는 반달가슴곰이 보인다. 아침을 준비하는 아주머니가 보이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려 집을 나서는 할아버지가 보인다.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이 보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청년들이 보인다.

지리산과 지리산자락의 주민들은 이 순간이 더 행복하고 따뜻하고 평화로울 수 있도록, 오늘을 산다.

윤주옥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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