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구조를 이용해 위턱을 초고속으로 닫아 사냥하는 미르모테라스 속 덫개미. 스티븐 섀턱 제공.
동남아 열대림에는 자기 머리보다 1.5배나 길고 가는 위턱에 날카로운 가시가 잔뜩 돋은 독특한 모습의 개미가 산다. 덫개미로 불리는 이 개미는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른 공격 무기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위턱을 활짝 벌린 상태로 다니다 먹이를 만나면 눈 깜짝 사이에 턱을 닫아 붙잡는데, 그 세기와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프레데릭 라라비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 자연사박물관 곤충학자 등은 덫개미 가운데 미르모테라스(Myrmoteras) 속 개미의 가공할 위턱 움직임과 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과학저널 <실험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덫개미의 위턱 형태는 비슷하지만 적어도 4가지 다른 얼개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미르모테라스 개미는 위턱을 280도 각도로 연 채로 다닌다. 일종의 걸쇠가 있어 턱을 벌릴 수 있다. 이들이 노리는 먹이는 토양 절지동물인 톡토기이다. 톡토기는 벼룩처럼 생겨 위험을 감지하면 재빨리 튀어 달아난다. 닻개미의 특별한 위턱은 바로 이 절지동물을 잡기 위한 무기이다. 연구자들이 1초에 5만 프레임을 찍는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턱은 0.5밀리 초, 그러니까 사람이 눈을 깜빡하는 것보다 700분의 1 동안 닫혔다. 최고 속도는 시속 80㎞였다.
연구자들은 3차원 마이크로 단층촬영 기법을 이용해 이런 초고속 행동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그 결과 걸쇠, 스프링, 방아쇠 구실을 하는 부위가 긴밀하게 얽혀 작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위턱 가운데에는 벌린 위턱을 고정하는 걸쇠가 있다. 위턱 사이에는 민감한 섬모가 나 있어 먹이가 가까이 있음을 감지하면 방아쇠를 당긴다. 머리 뒤에 목도리처럼 달린 큐티쿨라 층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스프링 구실을 한다. 톡토기가 뛰어 달아나기 직전, 이 큐티클 층은 약 6% 변형됐다가 눌렸던 스프링처럼 튕겨 나오면서 벌린 위턱을 닫는다.
라라비는 “미르모테라스는 위턱을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을 0.5밀리 초 만에 닫는다. 그런 속도는 단지 근육의 힘 만으로 내지 못한다”라고 미국 일리노이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스프링에 힘을 축적했다 방출하는 탄력이 그런 초고속 닫힘을 가능하게 한다. 놀랍게도 이 덫개미의 위턱 닫는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아니다. 라라비는 이번 연구대상의 먼 친척 덫개미는 이보다 2배나 빠르다고 밝혔다. 더 빠른 개미는 위턱을 사냥뿐 아니라 위험을 모면하느라 뛰어 달아날 때도 활용한다.
엑스선으로 촬영한 덫거미 머리의 3차원 영상. 붉은 근육은 에너지를 축적하고 푸른 근육은 힘을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라라비 외(2017) 제공.
그는 “흥미롭게도 덫개미의 근육 배치와 턱을 어떻게 고정했다가 여는지는 덫개미 종마다 다르다. 이 시스템은 완전히 독자적으로 진화한 것 같다.”라고 스미스소니언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스프링 구조를 이용해 도약력을 얻는 방식은 사실 덫개미의 전유물도 아니다. 남아메리카와 뉴질랜드의 일부 거미와 메뚜기, 귀뚜라미, 벼룩 등도 똑같은 얼개는 아니지만 비슷한 방식을 사냥과 도피에 응용한다.
공동연구자인 앤드루 수아레스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덫개미의 연구결과는 에너지 저장과 초고속 시스템 등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redrick J. Larabee et al, Performance, morphology and control of power-amplified mandibles in the trap-jaw ant Myrmoteras(Hymenoptera: Formicida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17) 0, 1-11 doi:10.1242/jeb.1565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