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농수로에 빠져 고립되어 있는 고라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만약 조난 당한 동물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연관 야생동물 실태조사를 보면, 2016년 한 해 고정 조사 구간에서만 확인된 로드킬(야생동물 차량사고) 전체 발생 건수가 총 75종 1241마리이다. 전국적으로는 더 많은 야생동물이 교통사고로 희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난 당한 야생동물이 있다면 무사히 구조될 수 있도록 조처를 해야 한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7일 국내 야생동물과 야생동물 구조에 대한 정보를 담은 소책자 <함께 살아가는 야생동물>(대표 저자 김봉균)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국내 서식 야생동물 약 40여 종의 사진과 이름이 소개되어 있고, 야생동물 조난 사례와 원인에 대해 글과 만화로 실어 놓았다. 또 구체적인 구조 방법과 이후 진행과정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비전문가가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경우 섣불리 동물을 구조하려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충남아생동물구조센터는 “우리나라 야생동물이 대개 새끼를 낳는 4~6월 정도에 새끼 동물에 대한 구조 요청이 무척 많다”면서 동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고라니의 경우 새끼를 수풀 등에 숨겨 놓고 이따금 찾아와 돌보는 습성이 있다. 이때 혼자 있는 고라니 새끼를 사람이 함부로 구조하거나 다른 곳으로 데려가면 어미 입장에선 ‘납치’가 된다. 새끼를 찾지 못하고 허둥댄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산림 훼손으로 둥지를 잃은 황조롱이의 인공 둥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새도 마찬가지다. 어린 새는 나는 것이 능숙지 않아 길가에서 자주 발견된다. 날지 못하는 새끼 새는 주변에 둥지가 있는지 찾아본 뒤 둥지 안으로 올려 주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짧은 거리라도 날 수 있는 새라면 둥지를 벗어날 시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새가 위험한 길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대로 두고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말 구조가 필요한 동물을 발견했다면, 최소한의 조치 후에 관련 기관에 연락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원활한 구조와 재활을 위해 발견된 동물의 종, 크기, 발견 시각, 장소, 당시 상태 등을 꼼꼼히 새겨두는 게 좋다. 이런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야생동물에겐 ‘영웅’이 될 수 있다.
야생동물을 직접 구조했다면, 최대한 빨리 관계기관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야생동물을 집으로 데려와 키우거나 인터넷으로 거래해서는 안 된다. 이런 행위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부적절한 거래나 사육 과정에서 야생동물들은 쉽게 장애를 얻거나 야생성을 잃어 자연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충남 야생동물구조 센터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을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야생동물을 안전하게 구조하여 적절한 치료와 재활 후 자연으로 복귀시킨다. 이 밖에도 국내 야생동물 생태환경 조사, 멸종위기 동물 인공증식 복원 기술 연구,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박영석 센터장은 “인간과 야생동물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 목표” 라고 말했다.
박지슬 교육연수생,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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