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름은 알지만, 본 적은 별로 없는 대표적인 새, 꾀꼬리. 서울에서도 봄·여름에 볼 수 있다
탐조. 새를 본다는 것. 그렇다면 그 대상으로는 어떤 새들이 있을까? 어떤 새들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보다, 우선 아는 새들이 무엇이 있을지 떠올려보자. 참새, 비둘기, 까치, 오리, 독수리, 갈매기…. 여기 쯤에서 막힐 것이다. 이런 이름을 들어보면 어떤가. 꾀꼬리, 뻐꾸기, 도요새, 기러기, 할미새, 오색딱다구리, 찌르레기…. 익숙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많은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생겼지?
우리 주변엔 어떤 새들이 있지?
또 이런 새들은 어떤가. 알락꼬리마도요, 노랑부리저어새, 붉은배새매, 검은목논병아리, 검은머리갈매기, 긴발톱할미새…. 머리가 조금 어지러울지도.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새를 본다는 것을 새를 통해 건전하게 자연을 즐기는 것이지 새들의 이름을 외우자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현장에서 실제로 새를 만나고 그의 이름을 들으면 거의 잊어먹지 않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새들은 우리에게 꽃이 되어주는 것 같다.
새들은 평범한 사람의 기준으로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아는 새, 이름만 아는 새, 이름도 모르는 새. 탐조를 통해 하나씩 나의 가슴에 이름이 스며들 때 마다 자연의 경외를 조금씩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로 오는 새들 중 가장 멀리서 오는 큰뒷부리도요(앞)과 새만금 건설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새들 중 하나인 붉은어깨도요(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한국에는 500여종의 새가 있다. 그 새들은 우리나라에만 사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한국에만 사는 새가 있긴 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크낙새! 마지막 관찰이 20년 쯤 되어가니, 현재는 멸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크낙새를 제외한 다른 한국의 새들은 우리나라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한국의 새라 함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적이 있는 새들의 목록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상당히 국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새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일본·중국의 새로 한정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너무나 오래동안 넓은 세계를 터전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한국 새들은 동아시아, 아시아 전체, 더 나아가 유라시아 대륙 전체와 멀리 오세아니아까지 퍼져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 오는 새 가운데 가장 멀리서 오는 종은 뉴질랜드에서 출발해 한국에서 잠시 쉬었다가 알래스카까지 가는 큰뒷부리도요새다. 새들은 이렇게 전 세계를 그들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어서 한 나라만 노력해 새들을 보호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저어새의 경우, 한국·일본·중국에서 여름을 보내고 대만·홍콩·동남아시에서 겨울을 난다. 큰뒷부리도요에 비하면 사는 반경은 좁지만, 과연 이 반경이 좁다할 수 있을까. 저어새 보호를 위해 한국·대만·홍콩·일본 등이 엄청난 국제적 협력을 해 20년 전 2천 마리가 되지 않았던 개체 수를 현재 3천 마리 이상으로 늘릴 수 있게 됐다.
국제적 협력으로 개체수가 늘고 있는 저어새. 그러나 여전히 멸종위기종이다.
넓은 세상의 새들, 모두 우리의 새
반대의 경우를 보자면,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있었떤 2006년에는 전세계 붉은어깨도요의 80%가 사라졌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시베리아를 넘나들며 사는 국제적 여행가가 한국의 잘못된 개발로 재앙을 맞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새를 볼 때 한국의 새로 보지 말고 세계의 새로 보자. 지구의 새로 보자. 지구의 새들을 한국에서 만난다고 생각하자. 온 세상의 새들을 한국에서 만난다는 기록이 쌓이고, 또 경험을 서로 나눈다면, 그 자체로 지구의 새들과 생명을 지키는 작은 노력의 시작이 될 것이다.
글·사진 탐조여행가 이병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