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동해에서 향고래 발견되는 이유
‘모비딕’이 동해에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향고래가 동해에서 다시 발견됐다. 이번에는 단독 개체가 아니라 가족이다.
10월27일 오전 10시께 경북 포항 구룡포 동쪽 10마일 해상. 정기적인 연안 고래자원 조사를 하고 있던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고래연구센터가 향고래 6마리를 발견했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백경)으로도 유명한 향고래는 원래 한국 연안에서 잘 관측되지 않았다. 작고한 박구병 부산수산대 교수가 1987년 쓴 '한반도 연해 포경사'를 보면, “울산지방 사람은 톳재비고래라고도 하기도 한다. 톳재비는 도깨비의 사투리”라고 나온다. 그는 “이 고래는 한국 연안에 거의 회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향고래는 19세기 ‘미국 포경' 전성기의 대표 포획종이다. 고래에서 나오는 기름의 품질이 좋아 양초와 고급 향수의 원료로 쓰였다. 참고래, 긴수염고래 등 대형고래 중 가장 잦은 포경 타깃이 되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포경 기록을 보면, 일본 연안에서는 매년 수백 마리가 잡혔지만, 한국 연안에서는 드문드문 걸렸을 뿐이다. 그러던 향고래가 다시 나타난 건 2004년. 이번에 발견된 곳과 같은 지역에서다.
고래연구센터는 “경북 포항 구룡포에서 2004년 향고래 8마리가 발견된 이후 2~3년에 한 번씩 드물게 관찰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5년 12월 전남 신안 우이도와 2009년 1월 인천 강화군 불음도에서 좌초된 채 발견됐고, 2015년 5월 고래연구센터 동해 정기조사에서 발견됐다.
20세기 이후 동아시아 포경 기록을 살펴보면, 동해가 향고래의 본격적인 서식지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에는 어미와 새끼가 함께 발견된 점이 특이하다. 고래연구센터는 “국내 연안에서 발견된 향고래는 무리를 이루지 않고 독립생활을 하는 수컷 개체가 대부분이었으나, 이번에 발견된 향고래 무리는 총 6마리로 암컷과 새끼가 함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우 고래연구센터 연구원은 “향고래는 대개 태평양에서 활동하고 대한해협 사이로 들어오지 않지만, 이번에 향고래가 발견된 구룡포 앞바다는 대륙사면으로 먹이가 풍부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영상 박선하 피디 slaud@hani.co.kr,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10월27일 경북 포항 구룡포 바다에서 발견된 향고래. 어미와 새끼가 함께 관측됐다. 고래연구센터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