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혹등돌고래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를 하기위해 수면 위에서 ‘바나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알렉스 브라운 호주 머독대 연구원 제공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할 때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는 것은 무척 효과적이다. 돌고래도 이를 알고 있는 모양이다.
서호주대학교의 해양생물학과의 사이먼 알렌 교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에 논문을 내고 “다 자란 오스트레일리아혹등돌고래가 암컷 돌고래에게 구애할 때 해면을 주는 모습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혹등돌고래(
Sousa sahulensis)는 주로 호주 북서부의 연안에 서식한다. 연구진은 코랄베이, 뎀피어제도 등 이 지역 해안가 1500㎞를 따라 늘어선 서식지에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돌고래를 관찰해 자료를 수집했다.
10년 관찰 결과, 5곳의 돌고래 서식지에서 수컷 돌고래가 해면류(바다에 사는 무척추동물)를 선물하는 행동을 17차례 볼 수 있었다. 해면을 전달하는 고래는 모두 다 자란 수컷이었다. 또 암수 구분이 불가했던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리 안에 다 자란 암컷 돌고래가 포함됐다. 수컷 돌고래는 부리나 이마에 해면을 물거나 붙이고 암컷에게 다가가 이를 전해준다고 한다.
(a) 수컷 오스트레일리아혹등돌고래가 해면을 물고 암컷에 접근한다. (b) 해면을 암컷에게 던진다. (c) 수컷(왼쪽)이 암컷(오른쪽) 옆에서 바나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d) 바나나 포즈를 취하면 트럼펫 소리를 낸다.
‘해면 선물’로 돌고래의 구애가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17번 중 3차례는 수컷 고래가 해면을 선물하기 전후에 수면 위에서 머리와 꼬리를 세우고 등을 아치형으로 만드는 ‘바나나 포즈(Banana pose)’를 취했다. 이 자세를 하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컷 돌고래가 구애할 때 바나나 포즈를 하고 암컷 주변을 움직이거나 한동안 멈춰있었다고 한다. 또 이들은 암컷을 향해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숨구멍(분수공)을 이용해서 트럼펫과 유사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수컷 돌고래의 선물 공세가 실제로 암컷에게 효과가 있을까? 알렌 교수는 “암컷이 이러한 구애 행동을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해면을 선물하는 수컷과 교미를 할 가능성이 더 큰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암컷이 해면 선물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수컷은 마치 화가 난 듯이 암컷 방향으로 해면을 던져버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서호주 연안에서 돌고래들은 해면류를 다양하게 이용한다. 남방큰돌고래는 해면을 도구로 이용해 물고다니면서 물고기를 유인한다. 오스트레일리아혹등돌고래가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해 해면을 들고 암컷 쪽으로 가고 있다. 알렉스 브라운 호주 머독대 연구원 제공
해면을 들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혹등돌고래. 알렉스 브라운 호주 머독대 연구원 제공
이 지역 남방큰돌고래가 해면을 도구로 사용한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또 다른 돌고래가 구애를 위해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렌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 돌고래는 먹이 채집 용도로 해면을 사용했다. 이번에 발견된 고래의 행동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먹이 채집 때의 해면 사용은 주로 암컷이 하지만, 이번 관찰에서는 수컷이 주체가 됐다. 또 해면 선물 전후로 특정 자세나 행동이 수반된다는 점, 먹이 채집 때 하는 행동 특징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전의 고래 행동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지인 교육연수생
yji9410@gmail.com,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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