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돌보기 위해서는 매주 한 번 정도의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꿀벌이 제일 많아지는 시기인 4월에서 7월에는 뚜껑을 열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수명이 50일밖에 되지 않는 일벌의 수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매번 오히려 늘어나 있는 장면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하면 죽는 벌보다 태어나는 벌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여왕벌의 끊임없는 재생산 능력 덕분에 50일밖에 살지 못하는 꿀벌의 세계도 유지가 된다.
여왕벌은 평생 1번 교미를 한다. 그렇다고 단 한 마리의 수벌과 교미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평균 약 15마리의 수벌과 교미를 한다. 그때 품은 수벌의 정자를 고이고이 간직했다가 평생 산란을 한다.
여왕벌은 유독 배가 길쭉한 이유도 산란과 관련이 있다. 사람도 임신하게 되면 배가 나오듯이 여왕벌은 배가 앞뒤로 나오는 게 아니라 길어진 것이다. 사실 여왕벌도 산란 전에는 일벌처럼 배가 짧다. 그러다 처녀비행(교미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수백만개의 정자를 몸속에 품고 들어온다.
그렇다면 대체 여왕벌은 평생 얼마나 많은 알을 낳을까? 이런 궁금증이 든다. 학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왕벌의 평균생존 기간인 5년 동안 평균 100만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하루로 나눠보면 벌의 수가 급증하는 시기(4~7월)에는 하루에 약 2천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2천개의 알은 여왕벌 몸무게의 2.5배에 해당한다.
그러니 여왕벌을 부러워만 할 게 아니다. 추운 겨울이 오면 알 낳기를 멈추고 몸단장에 들어가긴 하지만, 대부분의 날을 바깥세상 구경 못 하고 어두컴컴한 벌통 안에서 알만 낳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알을 못 낳으면 일벌들에 의해 쫓겨나기도 한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수벌도 쫓아내고 여왕벌도 쫓아내는 일벌이, 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것 같다. 이렇듯 꿀벌의 세계는 여왕벌, 일벌, 수벌이 분업화되어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신비한 세계이다.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