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동물원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항 서울대 교수(왼쪽)가 최근 난립하고 있는 ‘유사 동물원’인 야생동물 체험 카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 난립하는 체험형 야생동물 카페 등 이른바 ‘유사 동물원’을 규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동물원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항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라쿤 카페 등 특수 야생동물 카페를 그대로 방치하면 야생동물이 방사됐을 때 생태계 교란, 인수공통전염병 전염 가능성이 있다”며 법적 규제의 도입을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동물복지국회포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애니멀피플이 개최했다. 동물원과 수족관은 그동안 박물관·미술관법 등 여러 법률의 규정을 받았으나, 지난 5월30일 동물원·수족관법으로 통합 관리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항 교수는 “현행 동물원법은 소규모 동물 체험시설을 통제하는 장치가 미흡하다”며 라쿤 카페 등 야생동물 체험시설의 규제 부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생태계에 새로 정착한 라쿤 때문에 해마다 2만5000마리를 포획하고 있다”며 “2003년 8억~9억원이었던 농작물 피해액도 2012년 33억원 규모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라쿤의 분변에서 배출되는 회충 알에 의해 감염되는 라쿤회충증은 대부분 어린아이가 감염되고,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이 높은 질병”이라며 “라쿤에 의한 인간 감염 사례는 국내에서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것은 사례가 없어서가 아니라 국내에서 라쿤을 애완용으로 기른 지 오래되지 않았고, 질병이 발생했어도 제대로 조사, 진단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동물원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법 개정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토론에 나선 이형주 어웨어 대표, 조경욱 서울어린이대공원 박사,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 이소영 법률사무소 ELPS 변호사, 노희경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 박승준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 등도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의 개정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국내 야생동물 카페의 현황을 제시하며 동물원·수족관법이 규정하지 않고 있는 동물 전시시설의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위험한 유사 동물원은 ‘가짜’ 동물원”이라며 “개인이 사육할 수 있는 동물을 법으로 정해두는 싱가포르처럼 국내 동물원법도 유사 동물원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적에 환경부 노희경 생물다양성과장은 “내년에 환경부가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해 연구용역을 시행해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물의 적정 서식환경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사육면적 뿐만 아니라 먹이, 질병 관리 등 동물의 생활사에 맞춘 관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자체에 야생동물복지위원회를 설치해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이용득 의원은 동물원·수족관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환경부 산하에 ‘동물원 및 수족관 동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동물들의 서식환경을 조사하고 관리 지침을 운영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조항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이소영 변호사는 “동물원·수족관법의 소관 부처인 환경부나 해양수산부가 실질적인 권한이나 의무를 갖지 못하는 한계가 여전히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용득 의원은 “동물원 현실을 살펴보니 많은 전시동물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토론회 의견을 수렴해 선진국형 동물원에 맞는 법률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유지인 교육연수생
yji9410@gmail.com, 남종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