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땅거북의 두 유형인 돔형 등딱지(왼쪽)와 안장형의 모습. 일레니아 키아리 제공
거친 용암 지대 사는 안장형 거북
에콰도르에서 1000㎞ 떨어진 적도의 섬 갈라파고스에서는 ‘살아 있는 진화 실험실’이란 별명처럼 찰스 다윈이 방문한 이래 진화와 생태 연구가 계속됐다. 최근 이곳의 거대한 육지거북과 ‘다윈 핀치’의 진화에 관한 눈에 띄는 연구가 나왔다.
320만년 전 남아메리카에서 떠내려온 거북 한 종이 이 섬에 도착한 뒤 환경에 적응하면서 섬마다 다른 16종으로 분화했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은 등딱지의 모양에 따라 안장형과 돔형으로 나뉜다. 건조한 저지대에 사는 안장형 거북은 등딱지 앞부분에 구멍이 크게 뚫려 있어 긴 목을 뻗어 키 큰 부채선인장 잎을 먹을 수 있다. 등딱지가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 같은 돔형은 덩치가 큰데, 습하고 먹이가 풍부하지만 추운 고지대에 산다. 이제까지 지배적 가설은 먹이가 부족한 건조지대에서 선인장 잎을 먹느라 다리가 길고 목을 길게 뺄 수 있도록 등딱지 앞이 열린 형태로 진화했다는 것이었다.
일레니아 키아리 미국 사우스앨라배마대 생물학자 등은 새로운 가설을 내놨다. 먹이 못지않게 뒤집힌 거북이 몸을 쉽게 일으키도록 안장형 거북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89마리의 거북 등딱지를 3차원으로 재구성해 분석한 결과 안장형 거북은 돔형에 견줘 뒤집힌 몸을 일으켜 세우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자연 상태에서 안장형 거북의 최대 사인은 건조지대의 거친 용암 지대에서 균형을 잃고 뒤집혀 말라 죽거나 굶어 죽는 것이다. 몸을 세우기 위해 안장형 거북은 긴 목을 수직으로 세워 땅을 밀치고 다리를 허우적거려 몸을 뒤집는다. 목을 길게 뺄 수 있도록 안장 모양으로 등딱지가 진화한 것은 선인장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뒤집힌 몸을 쉽게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실제로 가뭄이 심해 먹을 것이 없을 때를 빼고 부채선인장은 안장형 거북이 마지막으로 먹는 먹이”라고 밝혔다. ‘사이언티픽 리포츠’ DOI: 10.1038/s41598-017-15787-7 (※DOI는 디지털 논문 고유식별자입니다. 해당 논문을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2세대 만에 다윈 핀치 신종 탄생
1981년 다프네섬으로 날아든 핀치 한 마리가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다. ‘빅버드’로 이름 지어진 신종 핀치. 피터 그랜트 제공
한편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본토에서 온 한 종이 환경에 적응해 18종으로 분화한 새, 다윈 핀치도 산다. 이 제도 안의 대(大)다프네섬에서 40년 동안 현장 연구를 해온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인 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 등은 1981년 이 섬에 날아온 낯선 핀치가 섬의 핀치와 잡종을 이룬 뒤 새로운 종으로 분화했다고 보고했다.
1981년 무슨 이유에선가 100㎞ 떨어진 에스파뇰라섬에서 날아온 선인장핀치가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눌러앉아 자생하던 중간땅핀치와 짝짓기를 했다. 노랫소리와 몸집이 다른 이 잡종은 다른 핀치와 섞이지 않고 30마리로 불어났고, 유전자 분석으로 독립적인 종으로 확인됐다. ‘사이언스’ DOI: 10.1126/science.aao4593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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