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캐나다 북극권에서 피부 벗기는 북극고래들 발견
돌고래 관찰됐으나, 큰 고래에서 촬영된 건 처음
캐나다 북극권에서 피부 벗기는 북극고래들 발견
돌고래 관찰됐으나, 큰 고래에서 촬영된 건 처음
2014년 8월 캐나다의 북극권 배핀섬의 컴벌랜드 해협. 고래를 관찰하던 과학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길이 10m가 넘는 북극고래가 몸을 비비 꼬며 바위에 몸을 긁고 있는 것이었다. 그 뒤 장기간 관찰해보니 이 지역 북극고래들이 대개 이런 행동을 하고 있었다.
사라 포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등 연구팀은 11월22일 과학저널 ‘플로스원'에 캐나다 컴벌랜드 해협에 사는 북극고래 81마리가 몸을 긁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연구팀이 이런 행동을 처음 목격한 건 2014년 8월21일. 파도가 잔잔한 킹나잇 피오르에서 북극고래 8~10마리가 몸을 비비 꼬고 있었다. 최대 수심이 8m밖에 되지 않는 이 피오르에는 큰 암반이 군데군데 솟아 있어서, 북극고래가 몸을 긁어대기 좋았다.
연구팀은 “몸을 긁는 고래들이 서로 교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저 넓게 흩어져서 특정한(몸을 긁는) 행동을 각자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14년 드론을 띄워 본격적으로 관찰했다. 이 지역에 사는 개체 식별이 된 83마리 북극고래 중 81마리(97.6%)가 ‘몸 긁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83마리의 피부에는 긁힌 자국이나 흠집이 있었는데, 바위를 긁는 행동의 형태와 일치했다. 브라운하버의 북극고래는 약 8분 동안 이 행동을 지속하는 게 촬영됐다.
그동안 돌고래가 몸을 긁는다는 사실을 잘 알려져 있었다. 피부를 벗겨내는 ‘박피’를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수족관에서도 사육사들은 돌고래 피부를 만져주거나 벗겨주면 돌고래들이 좋아한다고 말한다. 북극에 사는 돌고래인 ‘흰고래'(벨루가)와 '외뿔고래'도 매년 여름 박피를 한다. 흰고래는 주로 따뜻하고 얕은 기수역(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관찰됐다.
그러나 대형고래(수염고래)가 박피를 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극고래가 ‘바위에 코 비비기'(rock-nose)를 한다는 목격담이 에스키모(이누이트) 원주민이나 탐험가에 의해 꾸준히 전해졌다. ‘바위에 코 비비기’를 과학적으로 관찰·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과거 포경 기록까지 포함하면, 배핀섬에서 바위에서 이 행동은 최소 수백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극고래는 왜 몸을 긁은 걸까? 첫 번째 가능성은 ‘고래 이'(whale lice) 같은 기생충이나 규조류를 떼어내려는 목적이다. 단각류의 일종인 고래 이는 고래 표면에 붙어산다. 과학자들은 고래에 기생하는 생물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지만, 이들이 고래의 피부 세포를 훼손하고 체온조절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고래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외선에 손상된 피부를 교체한다는 해석이다. 북극고래는 100년을 넘게 사는 장수종이다. 나이가 들면 피부가 상한다. 그래서 매년 피부를 벗겨내 건강을 유지한다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팀은 “주기적인 몸 긁기로 고래는 손상된 피부의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상 박선하 피디 slaud@hani.co.kr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북극고래가 바위에 몸을 비비는 행동은 과거 목격담이 전해져 내려온다. 사라 포춘 브리티시콜럼비아대 연구팀은 영상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사라 포춘 제공
2014년 8월21일 킹나잇 피오르의 북극고래들. 머리를 내밀고 쉬고 있거나(A), 가슴지느러미를 내밀고 옆으로 있거나(B), 상당히 떨어진 곳에는 수면 위로 올라와 있다(C). 상당 시간을 암반에 대고 몸을 긁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3% 이하를 박피한 북극고래 (A)와 66% 이상 박피한 북극고래(B). 사라 포춘 제공
살아있는 고래 표면에 사는 ‘고래 이’. 이 같은 벌레는 아니고 단각류의 일종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긴수염고래에 오렌지색 이가 붙어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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