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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독일에는 세계 ‘호랑이 족보’가 있다

등록 2017-12-13 09:46수정 2017-12-13 13:56

[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 탐험
새끼 폐사율 높을수록 많이 낳아…호랑이는 많을 때 7마리 출산
라이프찌히동물원이 족보 관리, 나중에 순종 등록 취소되는 일도
호랑이 9종 중 4종은 야생에서 이미 사라졌다. 야생의 눈밭을 달리는 호랑이.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호랑이 9종 중 4종은 야생에서 이미 사라졌다. 야생의 눈밭을 달리는 호랑이.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동물원에서 인기 있는 동물 중 하나가 호랑이다. 동물원의 상징이기도 하다. 동물원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은 호랑이를 보고 싶어 한다. 특히 시골에서 올라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동물원에 와서 다른 것은 못 봐도 호랑이는 보고 가야 한다고 하신다. 특히 호랑이는 한국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동물이다. 88년 서울올림픽 때 마스코트였다. 다가오는 평창 겨울올림픽에도 ‘수호랑’이란 마스코트로 또 만날 것이다. 이 때문에 동물원도 시설 끝 부분이나 입구에서 한참 뒤쪽에 호랑이를 놨다. 호랑이를 보러 가면서 다른 동물도 보게 하려는 전략이다.

동물원에만 남은 남중국호랑이

세계적으로 호랑이는 원래 9종이었으나 3종(발리호랑이, 자바호랑이, 카스피호랑이)은 안타깝게도 20세기에 멸종했다(10종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1종은 이미 아주 오래전에 멸종했는데 그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발리호랑이는 1937년 9월27일, 자바 호랑이와 카스피호랑이는 1970년대 중반에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인구 증가로 산림이 택지나 농토로 바뀌면서 서식지가 급격히 감소했고, 이어 먹이사슬이 파괴되면서 멸종됐을 것으로 본다. 호랑이 모피와 뼈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멸종에 한 몫 거들기도 했다. 현재 6종(벵갈·시베리아·수마트라·말레이시안·인도차이나·남중국)이 생존해있다. 그중 남중국호랑이는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다. 야생에는 서식하는 호랑이는 5종뿐이다.

호랑이 수명은 얼마나 될까? 아쉽게도 야생에 사는 호랑이의 수명이 정확히 밝혀진 적은 없다. 국내 동물원은 벵갈호랑이 또는 시베리아호랑이 두 종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다수가 시베리아호랑이다. 백두산 호랑이도 여기에 속한다. 2016년까지 독일 라이프찌히동물원 족보에 등록된 시베리아호랑이는 6300마리다. 현재까지 그중 2300마리가 폐사했다. 족보에 따르면, 태어나 젖뗀 이후 폐사한 개체의 평균 나이는 7년2개월이다. 예상보다 짧다. 1995년 미국 매디슨동물원에서 폐사한 개체가 22살로 제일 오래 살았다.

서울동물원에서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호랑이.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동물원에서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호랑이.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어릴 때 폐사율이 높은 종일수록 한 배에 여러 마리 낳는다. 어릴 때 죽을 것을 대비해서 그렇다. 호랑이도 한 배에 작게는 2마리, 많게는 7마리까지 낳는다. 성체로 자라지 못하고 폐사하는 개체가 많다는 뜻이다. 다른 예로서 참개구리는 한 배에 알을 4000~5000개 낳는다. 대부분 죽기 때문에 왕창 낳아도 그중 한두 마리밖에 살리지 못하는데, 이와 같은 이치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호랑이 수명이 20~26년으로 알려져있다. 어릴 때 폐사한 개체를 제외하고 오래 사는 개체 중 몇 살까지 사는지 봤을 때 20~26년으로 어림잡아 말하는 것으로 본다.

순종인 줄 알고 기증했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살았었던 호랑이의 평균 수명은? 그동안 서울동물원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난 호랑이의 평균 나이는 11살이다. 물론 그보다 더 오래 산 호랑이도 있었다. 세계 각지의 동물원에 살았던 시베리아호랑이보다 서울동물원 호랑이들이 장수했다.

호랑이는 국제멸종위기종(CITES)으로 상업적 거래가 금지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통합 관리한다. 사람들 주민등록 번호처럼 개체마다 고유 번호가 있다. 새끼가 태어나면 독일 라이프찌히동물원 호랑이관리팀에 출생 신고를 하여 고유번호를 부여받는다. 출생 신고가 들어오면 부모가 누구인지, 잡종인지 아닌지 등 서류를 확인해 순종일 경우 등록해준다. 말하자면, ‘세계 호랑이 족보’다. 국내 동물원에 보유 중인 호랑이 중 족보에 올라있는 개체도 있고, 그렇지 않은 개체도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의 모델 동물인 ‘백호’. 디지털로 편집 작업을 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평창 겨울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의 모델 동물인 ‘백호’. 디지털로 편집 작업을 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서울동물원이 창경원에서 현재의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이사 올 때, 모 기업체에서 기념으로 족보에 오른 호랑이를 외국에서 도입해 기증한 바 있었다. 몇 년 전에 알게 된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호랑이가 순종이 아니라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족보에 있었지만 조상 중에서 누군가가 순종이 아니었다. 그 후손을 데려갔던 다른 나라도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바로잡는 일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독일 라이프찌히동물원 호랑이 관리팀은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잡길 권고했다. 사실 그 후손을 보유했던 동물원은 아무 잘못이 없다. 족보를 믿고 번식시켰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는 유전자 분석 기술이 없던 시절이라 호랑이 등록 업무를 시작하던 초창기에 순종 검증 절차가 없었을 것이다. 사진으로 봐서 뚜렷이 구별되지 않고 그놈이 그놈이었을 것이다.

호랑이 살아남게 하려면

보유하고 있는 일부 호랑이가 순종이 아니라고 호들갑스럽게 유난을 떨 필요 없다.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이 개체들은 번식을 중단하고 생물학적 수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순종만 새끼를 낳게 하면 된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순종 호랑이의 대를 잇기 위해 특정 동물원에서 많은 개체를 보유할 필요도 없다. 여러 동물원에서 순종을 확보해 근친번식이 되지 않게 계획적으로 번식해야 한다. 유전적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국내외 다른 동물원에 있는 개체와 교환도 해야 한다. 동물원 기능을 수행하려면 이런 일을 소홀히 해서 안 되며 예산을 아껴서도 안 된다. 그리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미뤄지거나 서울동물원 후손을 데려가기도 했다. 동물원을 운영하는 지자체들이 건강한 동물원을 유지하려면 향후 몇 년간만이라도 동물구입비와 교환 때 필요한 비용을 넉넉하게 책정해 줘야 한다. 최근에 생태동물원을 만들겠다고 발벗고 나선 전주동물원부터 앞장서서 나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서울동물원의 호랑이.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동물원의 호랑이. 한겨레 자료사진
호랑이 크레인은 서울대공원에서 ‘잡종’으로 태어나 동물원을 떠돌다 올해 숨졌다.  서울대공원으로 돌아오기 전, 폐업 직전의 강원 원주드림랜드에 갇혀 있는 크레인.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호랑이 크레인은 서울대공원에서 ‘잡종’으로 태어나 동물원을 떠돌다 올해 숨졌다. 서울대공원으로 돌아오기 전, 폐업 직전의 강원 원주드림랜드에 갇혀 있는 크레인.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종마다 다르지만 동물원에서 사는 개체들이 야생에서 사는 것 보다 약 20%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원에서 정기검진으로 건강 검진 받고, 배고픔으로부터 해방되고, 천적으로부터 안전함이 그 이유로 본다. 올해 여름 서울동물원에 살던 호랑이 ‘크레인’이 1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단지 수명으로만 볼 경우 크레인을 사람으로 치면 노인이며 시베리아호랑이 전체 족보 자료와 비교해도 천수를 누린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에 야생에서 태어났더라면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또다른 행복을 맛볼 수 있었을 텐데 이 점이 아쉽다.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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