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탐조인들이 겨울철 한국에 머무는 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한국은 철새를 포함해 연간 500여종의 새를 볼 수 있는 좋은 탐조지다.
한국은 아직 탐조 인구가 많지 않고 탐조 모임도 아주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편이다. 이런 상황의 우리나라에서 탐조를 하는 외국인들이 있을까? 어려운 환경에서도 외국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꾸준히 탐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은 탐조가 상당히 매력적인 취미 활동인 동시에 한국이 탐조를 하기에 좋은 나라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나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탐조 모임을 운영하면서 미국·이탈리아·인도·스웨덴·벨기에·핀란드·중국·브라질·영국 출신의 탐조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또한 생태관광 탐조 안내인으로서 더욱 다양한 나라의 외국 탐조인들을 만나보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의 탐조 문화와는 다른 점들을 자연스럽게 많이 발견할 수 있었는데, 다른 나라의 탐조 문화와 비교해 우리의 탐조 문화를 돌아보고자 한다.
첫째, 외국인들과 함께 나갔을 때 가장 큰 차이는 장비에 있다. 우리나라는 10명이 탐조를 나간다면 여덟 아홉 명이 카메라를 가지고 온다. 모임의 수준에 따라 멤버 모두 천만원대의 카메라를 소지하는 경우도 간간히 있다. 그렇지만 외국인은 열명 중 절반쯤 망원경을 가지고 온다. 단순히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찍는 것을 좋아하고 외국 사람들은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열명 정도 그룹이라면 보통 하나의 망원경을 공유 하는 경우가 많아서 작고 빠른 새들은 스코프로 함께 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론 외국인들도 사진을 찍는다. 그렇지만 카메라의 가격이 비싸지 않고 그마저도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새들의 기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강원도 남이섬에서 외국인과 한국인 탐조가들이 함께 새를 보고 있다.
두 번째 차이는 기록이다. 탐조는 기본적으로 자연에 대한 기록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의 탐조가들 가운데 열심히 기록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기록을 게을리 할 때도 많고 다른 사람이 해 주는 것에 의지하는 경우도 꽤 많다. 남이 하면 기록을 동냥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틈틈이 자기가 관찰한 것들을 현장에서 바로 기록하고 서로의 의견을 즉석에서 나눌 때가 많다. 이탈리아에서 온 한 탐조가는 현장에서 노트에 바로 그림을 그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5~10분 동안 계속 망원경을 통해 보면서 특징을 스케치했다. 그림도 잘 그릴 뿐더러 그 열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 차이점은 토론이다. 우리나라의 탐조는 새를 아주 잘 보는 한 명이 리더이자 그날의 선생님이 되는 경우가 많다. 리더가 먼저 본 것을 설명해주고 같이 간 사람들이 그것을 따라서 보는 형태의 탐조가 많다. 물론 외국인들 간에도 실력 차이가 상당히 있다. 그렇지만 새를 잘 보는 한 사람이 주도하기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현장에서 나눈다. 우리나라가 일방향의 가르침이라면 외국인들은 쌍방향의 소통과 토론이다.
그리고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지역에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맛집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식사시간을 짧게 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맛있는 것은 해가 진 이후에 먹는 것을 선호한다.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더 많은 새를 보기를 원한다.
이러한 차이점들이 반드시 외국의 탐조인들이 우리보다 낫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사진에 집중할 때, 외국인들은 생생한 그 모습을 눈과 가슴에 담는데 더욱 치중한다 점은 자연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 있는 500종의 새 가운데 80% 이상이 다른 나라를 오가는 매우 국제적인 여행자들이다. 우리의 탐조문화가 좀더 성숙해져서 이 특별한 세계 여행자들을 외국 탐조인 친구들과 함께 보고 즐기는 교류의 폭이 아주 넓어지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해외 탐조가들과의 교류는 국제적인 새들의 보호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새들의 보호와 보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계기도 될 수 있다.
글·사진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
탐조인들이 망원경으로 멀리 있는 새를 관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