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동물영상 해설사 - 범고래의 ‘파도 공격'
물범 앉아있는 부빙을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간 뒤
파도 일으켜 떨어뜨려 잡아먹는 범고래의 사냥법
물범 앉아있는 부빙을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간 뒤
파도 일으켜 떨어뜨려 잡아먹는 범고래의 사냥법
범고래도 물리적 법칙을 이해할까?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탐험여행팀이 네 마리의 범고래가 파도를 일으켜 물범을 공격하는 장면을 포착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달 초 남극반도 그랜디다이어 해협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바다얼음(부빙) 조각 위에 쉬고 있는 물범 한 마리와 주변을 맴도는 범고래 네 마리로 시작된다. 어느 순간 범고래는 나란히 서서 부빙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부빙에 이르러 파도를 일으키고, 물범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중심을 잡기에 바쁘다.
범고래는 포기하지 않는다. 세 마리 혹은 네 마리로 대형을 이뤄 계속 물범을 물밖으로 끄집어내려 한다. 물범은 다시 얼음 위로 올라가고 범고래는 다시 공격한다.
사실 범고래가 파도를 일으켜 물범을 사냥하는 행동은 간혹 관찰되는 편이다. 남극반도를 항해하는 크루즈 선박의 관광객들이 본 적도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로버트 피트먼 박사는 23일 ‘내셔널지오그래픽' 온라인판에 실린 인터뷰에서 “범고래 한 마리 단독으로도 물범을 끄집어낼 수 있지만, 대개는 무리 차원의 공격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범고래 연구트러스트'의 잉그리드 비서 등은 2007년 학술지 ‘해양포유류과학'에 1979~2006년 남극반도에서 관찰된 범고래의 ‘파도 공격’ 6건을 정리·분석한 논문을 실은 적이 있다. 범고래의 파도 공격 대상을 살펴보면, 게잡이물범, 레오파드물범, 웨델해표 등 물범 종이 5건이었고, 아델리펭귄도 있었다. 물범과 펭귄이 지름 5~25미터의 부빙 위에 쉬고 있었을 때, 범고래가 단계를 밟아 공격했다. 펭귄을 공격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범고래 5~7마리가 무리를 이룬 ‘협동 사냥’이었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점은 범고래들은 파도의 운동과 작용을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고, 동료와 협력해 고도의 전략적인 사냥을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발은 2016년 쓴 책 ‘동물의 생각에 대한 생각'에서 범고래의 파도 공격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런 행동을 하기 전에 의사소통하는 게 분명하다. 동물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공유된 의도성은 아마도 범고래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인용한 논문
Visser, I. N., Smith, T. G., Bullock, I. D., Green, G. D., Carlsson, O. G. L. and Imberti, S. (2008), Antarctic peninsula killer whales (Orcinus orca) hunt seals and a penguin on floating ice. Marine Mammal Science, 24: 225?234. doi:10.1111/j.1748-7692.2007.00163.x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남극반도 로테라 기지 앞바다에서 범고래가 부빙 위에 있는 웨델해표를 공격하고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즈/로버트 피트먼
A. 파도를 일으켜 물범이 올라가 있는 얼음조각(부빙)을 부숴 크기를 줄인다.
B. 부빙이 붙어 있으면, 파도를 일으켜 떨어뜨린다.
C. 부빙을 빈 공간으로 옮긴다.
D. 파도를 일으켜 물범을 떨어뜨린다. 이때 범고래 여러 마리가 고속으로 헤엄쳐 파도를 일으킨다. 출처: 잉그리드 비서 등, 2008. ‘남극반도 범고래의 부빙 위의 물범, 펭귄 사냥’, 해양포유류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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