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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큰머리돌고래는 왜 제주에서 죽었나?

등록 2018-02-27 17:56수정 2018-02-27 18:34

[애니멀피플] 국내 최초 부검으로 푸는 미스터리
일본 동해안과 울릉도에서 발견되는
큰머리돌고래가 왜 제주에 왔나?
패인 상처와 위장 속 오징어가 열쇠다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에서 사체로 발견된 큰머리돌고래가 이튿날 부검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에서 사체로 발견된 큰머리돌고래가 이튿날 부검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월18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갯바위에 푸른 고래 한 마리가 떠밀려왔다. 길이 2m가 넘는 아직 썩지 않은 사체였다.

그런데, 이 고래는 제주에서 평소 관찰되지 않는 종이었다. 제주 근해에는 남방큰돌고래가 산다.

이튿날 서울대 수생생물질병학 교실의 박세창 교수,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연구팀의 김병엽 제주대 교수, 세계자연기금(WWF)의 선임 오피서인 이영란 수의사가 부검을 했다.

“큰머리돌고래였어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큰머리돌고래가 발견됐다는 얘길 듣고 서둘러 내려간 이영란 수의사가 27일 말했다. ‘리소스 돌핀'(Risso's dolphin)이라고도 불리는 큰머리돌고래는 부리가 없고 둥근 머리를 지녔다. 한국 가까이에서는 일본 연안에 산다. 국내에서 큰머리돌고래가 부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왜 여기에 왔을까요?”

수수께끼였다. 과거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현 고래연구센터)에서 일했던 그는 이 돌고래가 동해에서도 간혹 발견된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울릉도와 독도에서 종종 발견되긴 하고, 동해안에서 혼획이나 좌초가 보고됐어요. 제주도에서도 (혼획·좌초가) 두어 차례 보고된 적이 있어요.”

그럼, 왜 이 고래는 먼바다를 떠나 이곳 제주에 왔을까? 울릉도와 제주도는 곧장 와도 700㎞다. 더욱이 제주는 큰머리돌고래가 사는 곳도 아닌데.

이영란 수의사는 사진에서 주둥이 아래턱을 보라고 했다. 예리하게 잘린 자국이 보였다.

“그물에 걸려 생긴 상처예요. 큰머리돌고래의 폐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주둥이 아래턱 예리하게 긁힌 자국. 그물에 걸린 상처로 사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둥이 아래턱 예리하게 긁힌 자국. 그물에 걸린 상처로 사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큰머리고래의 꼬리 부분. 사선 방향으로 패인 자국이 보인다. 그물에 걸려 상처가 났다가 아문 것 같다.
큰머리고래의 꼬리 부분. 사선 방향으로 패인 자국이 보인다. 그물에 걸려 상처가 났다가 아문 것 같다.
큰머리돌고래 위장에서 발견된 오징어. 비교적 온전한 형태다.
큰머리돌고래 위장에서 발견된 오징어. 비교적 온전한 형태다.
부검 결과도, 혼획(그물에 우연히 걸림)이 죽음의 원인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외관상 근육량이 적당하고 호흡기, 소화기, 비뇨기, 순환기 장기에 병적 특이사항이 관찰되지 않았다. 약 이틀 전에 숨진 것 같았다.

위장에서는 오징어 9마리도 나왔다. 그가 말했다.

“오징어가 온전한 상태인 걸 보면, 그물에 걸린 채 먹었던 것 같아요.”

2m27㎝, 미성숙한 암컷인 이 큰머리돌고래는 어디선가 그물에 걸렸다. 아마도 동해 어장에서 그물에 걸렸고, 발견자는 이 돌고래를 그물에서 꺼내 버렸고, 해류를 따라 제주 바다에 착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돌고래가 울릉도 혹은 일본에서 제주도까지 스스로 왔다가 그물에 걸렸을 가능성 존재한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고래를 살릴 기회를 놓쳤다. 현행법을 보면, 고래나 돌고래가 그물에 걸린 것을 본 사람은 누구나 구조 및 방류 노력을 하고 해양경찰청에 신고해야 한다. 세계자연기금은 27일 보도자료를 내어 “세계적으로 약 30만마리의 고래가 혼획으로 희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래연구센터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는 2017년 884마리가 혼획됐고, 최근 5년 동안 8612마리가 혼획됐다.

큰머리돌고래는 어디서 왔을까? 비밀을 풀 마지막 열쇠는 오징어다. 이영란 수의사는 “위장에서 발견된 오징어의 종을 파악하면, 어디에서 오징어를 섭취하고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폐사했는지 구체적 정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세계자연기금 제공

눈 뒤쪽으로 약 5㎝정도의 상처(하얀색)는 ‘쿠키커터 상어’에게 물린 흔적이다. 한국에서는 이 상어에 대한 서식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일본에서는 태평양 쪽에 많은 수가 서식해 다이지 등에서 수입된 돌고래는 이 상처가 많다고 이영란 수의사는 설명했다.
눈 뒤쪽으로 약 5㎝정도의 상처(하얀색)는 ‘쿠키커터 상어’에게 물린 흔적이다. 한국에서는 이 상어에 대한 서식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일본에서는 태평양 쪽에 많은 수가 서식해 다이지 등에서 수입된 돌고래는 이 상처가 많다고 이영란 수의사는 설명했다.
이영란 수의사가 부검을 하고 있다. 19일 낮에 시작된 부검은 밤까지 네 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영란 수의사가 부검을 하고 있다. 19일 낮에 시작된 부검은 밤까지 네 시간 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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