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틈 사이로 물 흐르듯 몸을 숨기고 은밀하게 이동하는 족제비.
3월17일 경기도 남양주시 예봉산에서 20여년 만에 족제비를 만났다. 족제비는 계곡 물이 흐르는 바위 사이를 오가며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지곤 해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숨을 죽이고 족제비가 다시 나타나기를 수차례 기다렸다.
바위 구멍의 어두운 곳으로 이동해 가며 갑자기 나타나곤 한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울타리 안 앞마당에서 노는 족제비를 흔하게 보았다. 족제비가 있으면 집주변의 쥐가 사라진다. 그래서 뜰 안에 들어온 족제비를 사람들은 ‘복 족제비’라 부르며 해치지 않았다. 이로운 점이 더욱 많아서였다. 그러나 야간을 틈타 닭장 털기를 하는 녀석도 족제비였기 때문에 미움도 많이 받았다.
옛날 부잣집 아주머니가 멋을 부리며 두르던 것도 족제비 목도리였다. 붓글씨를 쓰던 시절 붓을 만들 때 족제비 털은 최고의 재료였다. 그 시절 농촌엔 초가집도 많았다. 족제비는 시골의 돌담이나 인가 근처 경작지, 냇가의 큰 돌 밑 같은 곳에 구멍을 파고 서식했지만 1970년대 새마을 사업 등으로 서식 환경이 변하면서 농촌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야행성인 족제비의 몸길이는 수컷 28∼40㎝, 암컷 16∼32㎝이고, 꼬리 길이는 수컷 12∼22㎝, 암컷 8∼20㎝이다. 예봉산에서 만난 족제비는 크기로 보아 수컷으로 추정된다. 짝짓기 철을 맞이하여 족제비의 털이 황금색처럼 곱게 빛나고 살도 제법 올라 있었다. 암컷한테 멋지게 보여 구혼을 청할 셈인 것 같다.
움츠렸던 몸을 펼치며 탄력을 이용해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다리가 겉으로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짧은 족제비는 움직일 때는 바위의 곡선에 따라 물결치는 것처럼 보인다. 족제비는 땅뿐 아니라 물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한다. 무엇을 찾는지 이곳저곳을 두루 다니며 바위 구멍을 들여다보기 바쁘다. 족제비가 가던 길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필자를 잠깐 빤히 쳐다본다.
족제비의 얼굴은 야무지고 귀엽지만, 행동은 민첩하고 사나우며 잔인한 야생성도 지니고 있다. 작지만 탐욕스러운 포식자로서 활동적이고 용감하며 일반적으로 밤에 혼자 사냥한다. 어류, 개구리, 뱀, 새알뿐만 아니라 생쥐, 집쥐 등을 먹고사는 영리한 동물이다. 검은 눈동자가 아주 영특해 보인다. 작은 귀는 둥근 쪽박 모양으로 위로 서 있어 소리를 듣기에 제격이다. 주둥이는 검은 갈색에 위아래 입술과 턱의 흰색이 귀여움을 더한다.
족제비란 이름을 지을 때 제비처럼 날렵하고 민첩하여 발 족(足) 자를 써 ‘발 달린 제비'란 뜻에서 족제비라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예로부터 족제비는 사람과 친근한 동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변화로 인해 보기 힘들어져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김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