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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위태롭게 매달린 나무늘보야

등록 2018-04-02 09:00수정 2018-04-02 10:14

[애니멀피플] 장노아의 사라지는 동물들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와 에스이지(SEG)플라자(355.8m·중국 선전)
종이에 수채, 76×57㎝, 2018
종이에 수채, 76×57㎝, 2018
행복한 미소를 띠고 제자리걸음 하듯 천천히 움직이는 나무늘보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포유류이다.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는 파나마 군도에 있는 면적 약 4.3㎢의 에스쿠도 데 베라구아스 섬에 산다. 몸길이 485~530㎜, 꼬리길이 45~60㎜, 몸무게 2.5~3.5㎏으로 다른 나무늘보에 비해 작은 편이다. 회갈색 털은 녹조류로 덮여 위장색을 띠기도 한다. 울창한 숲에서 움직임이 거의 없는 이 동물을 발견하고 관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생태를 비롯해 개체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으며, 2012년 확인된 개체는 79마리였다.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멸종위기종 지표인 적색목록에서 2006년부터 ‘위급’ 등급으로 분류됐고, 2012년 발표된 세상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100종에 포함되었다.

에스쿠도 데 베라구아스 섬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이지만, 어부, 농부와 바닷가재를 잡는 잠수부 등이 들어와 어로와 사냥, 벌목을 한다. 2009년 파나마 정부는 보호정책을 결의했으나 지역 정치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에코 로지, 카지노, 마리나 및 은행 센터 설립이 포함된 관광 인프라 개발이 이루어졌다. 서식지 파괴와 유전적 다양성 감소로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의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역 공동체 및 파나마 야생동물보호국과 국내외 과학 공동체가 협력하여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와 섬을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인 보전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종이에 연필, 2018
종이에 연필, 2018
위험에 처한 것은 작은 무인도의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만이 아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파나마의 많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기후난민이 되었다. 대도시의 아이들은 짙은 미세먼지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와 번영과 발달의 그늘에서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었고 서서히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 빨리 더 많이 원하는 우리와 달리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나무늘보의 생태는 느림의 이유와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한다. 환경문제에 대응할 미봉책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네 삶의 방식을 근본부터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장노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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