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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당신이 심은 나무가 멸종위기종을 구한다

등록 2018-04-05 08:59수정 2018-04-05 10:05

[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 탐험
숲은 먹이를 주고, 동물은 씨앗을 옮긴다
서로 돕고 공생하는 식물, 곤충, 동물들
매년 나무 한 그루 심어 숲의 생명을 돕자
야생 코알라가 나무를 오르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야생 코알라가 나무를 오르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야생동물은 누가 먹여 살릴까? 숲이 동물을 먹여 살린다. 숲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서로 돕고 산다. 식물이나 나무가 맺은 열매가 동물들 주식이다. 다람쥐가 상수리, 도토리 먹고 살고, 잡식성인 너구리랑 멧돼지는 열매와 온갖 것 좋아한다. 노루와 고라니가 먹는 주식인 풀은 숲에 넘쳐난다. 새들이 즐겨 찾는 먹이도 나무 열매와 풀씨다. 게다가 나무에 의지해 둥지를 틀어 번식도 한다.

동물도 식물을 돕는다

동물들이 숲에 빌붙어 신세만 질 정도로 낯짝이 두껍진 않다. 동물들도 식물을 돕는다. 동백꽃에 고인 꿀을 독차지한 동박새는 꿀을 얻어먹는 대신에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꽃가루를 옮겨 준다. 벌과 나비도 꽃가루를 옮기는 데 한몫한다. 맺힌 씨앗이 엄마 곁에 떨어져 싹이 나면 서로 햇빛을 많이 받으려고 형제끼리 죽을 각오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엄마와 경쟁도 불가피하다. 다행히 동물이 씨앗을 이동시켜 경쟁을 피하게 해 준다. 동물들이 과일을 통째로 먹고 다른 곳으로 가는 도중에 똥 눌 때 씨앗도 나와 자연스럽게 옮겨 준다. 동물들 털에 달라붙은 무릎지기(도둑놈의 가시), 도꼬마리 씨앗은 이동하는 과정에 한 개씩 떨어져 따로따로 살게 해 준다.

열매가 다 익으면 동물들에게 얼른 와서 먹어도 좋다는 신호를 색깔과 냄새로 알린다. 푸른 땡감이 익어 홍시로 색이 바뀐다. 풋밤도 익기 전에는 밤송이에 파묻혀 보이지 않다가 다 익으면 알밤으로 변해 눈에 띄기 쉽게 밤송이 밖으로 얼굴을 내보이거나 아예 가져가기 좋게 땅에 떨어트린다. 자두, 복숭아, 참외, 포도 등이 익으면 색깔이 변하고 맛있는 냄새를 풍겨 쉽게 발각된다. 실은 식물 입장에서 보면 동물에게 대부분 먹혀 희생될지라도 일부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 다람쥐가 곳간에 쟁여 놓으려고 도토리나 알밤을 집으로 물고 가는 과정에 흘리거나, 숨겨 놓고 나중에 찾지 못하면 싹이 나올 작정을 하면서 먹힌다. 새들이 좋아하는 머루나 으름도 마찬가지다. 동물과 식물은 찰떡궁합 공생관계다.

보르네오오랑우탄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탄중푸팅국립공원에서 나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김성환 기자
보르네오오랑우탄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탄중푸팅국립공원에서 나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김성환 기자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지만, 나무늘보와 오랑우탄, 코알라는 나무 없이 못산다. 나무늘보는 오줌이나 똥을 싸거나, 다른 나무로 옮겨 갈 때 외엔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무에서 사는 느림보인 나무늘보는 독특하게 거의 평생 나무에서만 생활한다고 보면 된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라는 나무가 없으면 못산다. 유칼립투스 잎만 먹고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더우면 체온보다 낮은 나무를 꼭 껴안아 체온을 낮춰야 하니 이때도 나무가 필요하다. 대나무 잎만 먹고사는 판다도 대나무 없이 못산다. 오랑우탄이랑 긴팔원숭이도 연한 나뭇잎이나 열매를 먹고 산다. 대대손손 이렇게 살던 이놈들은 나무에 살기 좋게 진화했다. 나무늘보와 코알라의 첫째와 둘째손가락이 나뭇가지를 잘 잡을 수 있게 나머지 손가락과 엇갈려 나 있다. 긴팔원숭이는 나뭇가지를 타고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훌쩍훌쩍 날아다니듯 이동한다. 팔이 다리보다 더 길고 굵다. 숲 속에 사는 이놈들은 나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나무 없이 못 사는 딱따구리

국내에도 나무 없이 못 사는 놈이 있다. 딱따구리가 대표적이다. 딱따구리는 고목에 구멍을 파 둥지를 튼다. 부리로 고사한 나무를 톡톡 쪼아 애벌레를 잡아먹는다. 노크하듯 부리로 나무를 두들긴 다음에 느끼는 진동으로 먹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정도로 예민하다. 나무 속에 있는 먹이만 먹다 보니 그렇게 진화했다. 원앙은 평소에 강, 저수지나 물이 고인 곳에 생활한다. 하지만 대를 이으려면 반드시 나무가 필요하다. 고목에 둥지를 틀어 알을 낳아 번식한다. 동고비라는 조류도 나무껍질 속에 숨어 사는 벌레 잡아먹고 산다. 똑바로 서 있는 나무를 위아래로 걸어 다녀도 안 떨어진다. 나무껍질을 잡고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도록 발톱이 진화했다. 이놈들은 나무가 밥상이다. 물총새처럼 굴을 파 알을 낳아 번식하는 종들도 있으나, 조류 대부분이 나무에 둥지를 튼다. 물론 먹이도 숲에서 구한다.

자이언트판다가 대나무를 먹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자이언트판다가 대나무를 먹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숲에는 멧돼지, 삵, 담비, 딱따구리와 박새 등 동물보다 훨씬 더 많은 곤충이 서식하고 있다. 곤충들은 새들의 먹잇감이 되어 새들이 배곯지 않게 해 준다. 이렇게 돕고 사는 곤충은 누가 먹여 살릴까? 곤충은 식물의 잎이나 꽃이 먹여 살린다. 수액 빨아 먹고 사는 진딧물도 나무나 식물 없인 못산다.

숲은 인간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식물은 광합성 하는 과정에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를 먹어 치우고 고맙게 산소를 내 뿜어준다. 인간은 산소 없이 살 수 없는데,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지난 100여년 동안 전 세계 인구증가와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30%나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의 연간 배출량이 6억9010만 톤이다. 나무가 많아지면 일부는 흡수하지 않을까?

북부흰코뿔소의 죽음이 던진 메시지

세계보건기구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한 지 오래됐다. 지난 133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0.85도 상승했고, 2100년까지 3~5도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이나 덩치가 큰 동물은 기온이 1~2도쯤 증가해도 적응하겠지만, 덩치가 작은 곤충과 기후변화에 민감한 식물에서는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질 종이 많다.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석연료 덜 쓰기, 나무 심기 등이 대표적이다. 30년생 소나무 15그루가 광합성 과정에 이산화탄소 1t을 소비한다. 이산화탄소 1t은 서울~부산을 5번 왕복했을 때 생기는 양이다. 현대사회에서 차를 안 탈 순 없으니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고, 나무를 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북부흰코뿔소 3마리 중 유일한 수컷이 죽었다. 이보다 앞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1년 서아프리카의 검은 코뿔소가 야생에서 멸종됐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우리 개개인이 거창하게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살려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씩만 노력해도 생물다양성 증진에 기여하지 않을까? 숲에 많은 생명체가 서로 도우며 살고 있다. 나무를 심는 일이 생명다양성을 증진하는 첫걸음이다. 올 봄부턴 매년 나무 한 그루씩 심으면 좋겠다. 마당이나 베란다에 화분 하나 들여놓는 것도 좋다. 이런 일이 누적되면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 멸종위기의 상황을 벗어날 수도 있다.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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