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 관찰 일기
천수만 삵, 무슨 일인지 갯골 건너 대낮 이동
폭이 좁은 곳을 신중히 골라 ‘훌쩍’ 그러나…
천수만 삵, 무슨 일인지 갯골 건너 대낮 이동
폭이 좁은 곳을 신중히 골라 ‘훌쩍’ 그러나…
버젓이 대낮에 나타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삵. 보통 야행성이다.
삵은 콧잔등에서 이마까지 나 두 개의 흰 줄무늬가 특징이다.
삵이 뒤를 경계한다 .
그리곤 갈 길을 재촉한다. 삵은 걸을 때 발톱을 숨겨 조용히 움직인다.
갈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삵.
갈대숲으로 들어가 한참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갯골 언덕 위로 불쑥 나타났다.
갯골과 맞닥뜨렸다. 건너야 할 상황이다.
갯골의 폭을 측정하듯 건너편을 주의깊게 쳐다본다.
여의치 않은지 발걸음을 돌린다.
갯골 언덕 위로 올라간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갯골 건너편을 바라본다.
미련이 남아 다시 한 번 도전할 셈이다.
막상 뛰려니 자신이 안 선다. 혹시 물에 빠지면 어쩌나.
발길을 돌린다. 더 가까운 곳을 찾아보자.
여기는 건널 수 있을 것 같다.
한쪽 발을 슬쩍 물속에 담그고 갯골 건너를 매섭게 쳐다본다. 뛰어 넘을 기세다.
그러나 생각보다 먼 거리다. 물속에 담갔던 발을 뺀다.
더 가까워 보이는 자리를 골랐다.
이 자리도 갯골을 뛰어 넘어가기에 여의치 않다. 결정을 내리는 데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수차례 갯골을 넘어가려고 자리를 고르더니 이제서야 맘에 드는 자리를 찾은 눈빛이다.
이제 뛰어넘을 자리를 정했다.
숨을 죽이고 건너뛰기를 할 자세를 잡는다.
실수하면 물에 빠진다. 물이 싫지만 어쩔 수 없다. 확실히 하기 위해 물속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 거리를 좁힌다.
물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이제 착지만 잘 하면 된다.
아뿔사,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공을 들였건만 간발의 차이로 삵 체면이 완전히 구겨졌다.
마음이 쓰리다. 하지만 어쩌랴. 몸은 이미 흥건히 젖었는데. 아무 일 없는 듯 태연하게 평상심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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